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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기자의 시각] KTX앱에 뜬 승강장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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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홍준기 사회정책부 기자


정부 세종청사를 가기 위해 일주일에 한두 번은 KTX를 타고 서울 용산역과 오송역을 오간다. KTX 서비스에는 작년 연말 작지만 나름 획기적인 변화가 생겼다. 작년 10월 31일부터 KTX를 예매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 '코레일톡'에서 자신이 예매한 열차를 몇 번 승강장에서 탈 수 있는지 알려주는 안내가 시작된 것이다. 그전까지는 역사(驛舍) 내 전광판 등에서 타야 할 차량의 열차 번호와 최종 행선지 등을 찾아 승강장 번호를 확인해야 했다. SRT(수서발 고속철) 예매 앱에는 아직 이런 기능이 없다.

이런 변화는 2016년 12월 SRT가 운행을 시작하면서 시작된 철도 경쟁 체제가 만들어낸 긍정적인 효과다. 수많은 민간 기업이 경쟁자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듯 두 개의 철도 운영사가 각축하며 자연스레 서비스 개선이 이뤄진 것이다.

코레일은 작년 2월에는 코레일톡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지도(地圖) 이미지에서 열차 출·도착지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 기능은 SRT가 예매 앱에 먼저 도입한 기능이다. 대신 코레일톡에는 기차역에 일찍 도착하면 예매한 열차보다 앞서 출발하는 열차를 탈 수 있도록 예매 내역을 변경해주는 기능 등이 생겼다. 경쟁이 빚어낸 멋진 새 서비스들이다.

코레일은 또 좌석마다 전기 콘센트가 없는 초기 도입 KTX 열차에 전기 콘센트를 설치했다. 상대적으로 신형인 SRT 열차에는 좌석마다 전기 콘센트가 있다. 승객들로서는 모든 고속철도 열차 안에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을 충전할 수 있게 됐다.

경쟁이 낳은 파장은 더 있다. SRT 개통을 한 달 앞둔 2016년 11월 코레일은 KTX 요금의 5~11%를 마일리지로 적립해주기 시작했고 작년 1월부터는 서울 사당역과 KTX를 탈 수 있는 광명역을 왕복하는 셔틀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SRT 개통이 낳은 '메기 효과'가 이런 변화의 원동력이다.

코레일은 대개 이 같은 서비스 개선에 대해 "SRT가 없었어도 우리가 자체적으로 추진했을 사안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2004년 KTX 개통 이후 14년이 지났지만 SRT 개통 전후 서비스 개선만큼의 변화는 없었다. 철도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독점 사업자가 있었기에 서비스가 개선됐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정부는 이달 중 용역을 발주해 올 9월쯤 코레일과 SR 통합 여부를 결론 낼 예정이다. 두 기관의 통합이 코레일 등이 주장하는 '철도 공공성 강화'에 어떤 도움이 될는지 의문이다. 두 기관이 경쟁하면서 생긴 여러 서비스 개선이 국민 편의 증진이라는 관점에서 현 정부의 공공성 강화라는 가치에도 더 맞는 게 아닌가.

[홍준기 사회정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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