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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석유 랜턴으로 캠핑 분위기 띄워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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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랜턴·버너 캠핑족 사이 인기

100년 넘은 제품도 중고로 거래

조선일보

요즘 캠핑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캠핑의 분위기를 더해주는 석유 버너(왼쪽)와 석유 랜턴이 인기다. /황동버너


요즘 캠핑장에는 달착지근한 석유 냄새가 그득하다. 1990년대 이전에 주로 쓴 석유 랜턴과 버너를 다시 쓰는 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전기 랜턴이나 오븐보다 번거롭지만, 캠핑 분위기를 한껏 더해주는 매력 때문에 마니아들이 열광한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직장인 김영석(41)씨는 회원이 약 1500명인 동호회 '랜턴스토리'에서 활동하며 석유 랜턴만 20개를 모았다. 가장 아끼는 랜턴은 6·25전쟁 당시 스웨덴에서 만들어 군용으로 납품된 '라디우스119'라고 한다. 45만원을 주고 랜턴 수집가에게서 구매했는데, 밝기가 은은하고 예열이 쉬워 캠핑장에서 쓰기 좋다고 한다. 김씨는 "캠핑장에 있는 전기 공급기가 고장 나 있거나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곳이 많아 편의 차원에서 석유 랜턴을 샀다가 그 매력에 푹 빠졌다"며 "랜턴에 석유를 넣고 압력을 조절하고 알코올에 불을 붙여 예열하는 수고가 캠핑의 깊이를 더한다"고 했다.

화력이 세고 웬만한 바람에도 쉽게 꺼지지 않는 석유 버너를 찾는 캠핑 애호가도 많다. 밀양에 사는 직장인 김황영(38)씨는 캠핑이나 등산할 때 꼭 석유 버너로 음식을 조리한다. 김씨는 "산 정상에서 버너를 예열한 뒤 연료 밸브를 열었을 때 붉은색 불꽃이 치솟았다가 파랗게 변하는 모습이 입맛을 돋운다"며 "사용하고 나서 검게 그을린 버너를 광약을 묻혀 정성껏 닦아내면 다시 새것처럼 번쩍이는 것도 매력적"이라고 했다. 석유 버너는 대부분 열전도율이 높은 황동으로 만들어져 캠핑 마니아들은 '석유 버너'가 아니라 '황동 버너'라고 주로 부른다.

전기 랜턴과 가스버너 등이 생겨나며 현재 석유 랜턴과 버너는 거의 생산되지 않고 있다. 캠핑 마니아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황동 버너 & 랜턴'이나 이베이, 알리바바를 통해 중고 제품을 구한다. 부품만 바꾸면 계속 쓸 수 있기 때문에 100년 넘은 제품도 숱하게 팔린다. 덕분에 사이트에는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희귀한 제품이 수두룩하다. 석유 랜턴과 버너 수요가 높아지자 캠핑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단종된 제품의 부품을 직접 만들어 파는 업체까지 생겨나고 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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