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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사설]"대기업 경제력집중 기준 조정" 제안, 검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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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21일 “국내시장만을 감안한 대기업의 경제력집중 규제는 맞지 않다”면서 대기업에 적용되는 경제력집중 규제의 근거를 바로잡자고 제안했다. 한경연은 이날 ‘대기업집단의 내수매출 집중도 현황과 정책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제안했는데, “지금은 국내매출보다 수출을 통한 해외매출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개방경제 시대이기 때문에 30여년 전 국내시장만을 고려해서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력집중 규제는 시장의 경쟁제한여부와는 관계없이 대기업집단을 지정해서 규제하는 사전규제 성격의 제도다. 정부가 소위 재벌이라고 불리는 대기업집단의 시장지배력을 규제하기 위해 1986년에 도입해 시행했었다. 이 제도 시행 당시에는 대기업집단의 시장지배력이 해마다 강화되는 무렵이었다. 제조업의 매출에서 10개 대기업집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2년 기준 30.2%였다. 1977년에 비해 5년 동안 9.0%포인트나 높아졌다. 재벌천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시기였다.

지금은 당시와 상황이 크게 변했다는 게 한경연의 판단이다. 10대그룹의 매출집중도는 2016년 기준 24.3%로 4년 전(2012년)보다 4.0%포인트, 4대그룹은 17.0%로 2.8%포인트, 21대그룹은 28.3%로 5.1%포인트 각각 떨어졌다. 대기업의 매출이 국가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매출집중도가 매년 줄고 있다. 특히 해외매출을 뺀 국내매출만을 기준으로 보면 10대그룹의 매출집중도는 이보다 7.9%포인트, 4대그룹은 6.8%포인트, 21대그룹은 8%포인트나 더 낮다.

이제는 매출이 대기업의 경제력집중 규제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해외매출과 국내매출 비중을 구분하지 않고 기존의 매출비중만을 반영하는 매출집중도를 산정하다보니 대기업집단의 내수시장 영향력이 과대평가됐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이는 해외시장의 규모가 커진 현시점에서 계속 매출기준으로 대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오히려 수출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경제뿐 아니라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가 세계화의 물결을 거스를 수 없는 시대다. 인적자원과 자본의 이동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앞뒤가 콱 막히고 폐쇄경제를 하는 일부 독재국가가 아니면 대부분 국가들이 경제력집중 규제제도를 완화 또는 폐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한경연의 주장을 가볍게만 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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