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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의 있습니다” 드라마 대본에 빨간펜 긋는 변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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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법조계 다룬 드라마·영화 인기 끌자

수사·재판 등 자문 수요 늘어

‘자수하러 법원행’ 등 장면 손봐

“수출 드라마 작가 저작권 보호도”



한겨레

드라마 <돈꽃>.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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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종영한 <문화방송>(MBC) 드라마 <돈꽃>은 변호사 강필주(장혁 분)의 ‘복수전’을 다룬다. 첫 회는 강필주가 재벌 3세를 대신해 “자수하러 간다”고 말한 뒤 검찰청 조사실에서 조사받고, 수갑을 차고 법원 건물을 나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드라마 자문을 맡은 박서영 변호사가 애초 받아든 대본엔 강필주가 수갑을 찬 채로 법원에 자수하러 가는 것으로 돼 있었다. “스스로 수갑을 차거나, 수사기관이 아닌 법원에 자수하는 일은 없다”는 박 변호사의 조언이 받아들여지면서 내용이 현실에 맞게 바뀌었다.

<돈꽃>뿐 아니라 지난해 <이판사판> <피고인> 등 법조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거나 법조계를 다룬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실제 수사기관이나 재판, 법조계 풍경을 전문적으로 자문하는 변호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판결문이나 공소장 양식을 검토하는 기초적인 작업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법조계 뒷얘기까지 녹여내는 게 이들 역할이다.

요즘 방영되는 드라마나 영화는 대부분 현직 법조인의 손을 거친다. 화제를 모았던 <티브이엔>(tvN)의 <슬기로운 감빵생활>도 법무부 교정본부의 도움을 받았다. 박 변호사는 “시청자의 법률 인식 수준이 높아져 비현실적인 내용이 나오면 항의가 쏟아진다”며 “정교한 ‘고증’을 위해 법률 자문도 전문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찬희)도 지난해 초 법정 드라마와 웹드라마 자문 경험이 있는 변호사 등이 참여하는 공보위원회 산하 드라마 소위원회를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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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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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드라마가 현실을 날것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는다. 줄거리 전개와 재미 등을 위해 사소한 오류는 양보하기도 한다. 하루 만에 형사재판 결론이 나온다거나 변호사가 판사 사무실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일은 현실에서 드물지만, 긴박감과 재미를 더하기 위해 법정 드라마에서는 단골처럼 등장한다.

드라마 자문은 제법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자문료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변호사들에게 ‘손해 보는 장사’이지만, 괜찮은 이력이 되는 등 홍보 효과는 좋은 편이다. 변호사 수가 2만명을 넘어가면서 ‘무한경쟁 시대’로 접어든 가운데 드라마 법률자문은 이름을 알릴 기회인 셈이다.

해외에 수출되는 드라마의 작가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들도 있다. 한국 드라마의 중국판 리메이크 계약 과정에 참여한 전우정 변호사는 “한국 드라마가 각광받으면서 변호사들이 원작의 저작권을 보호하고 작가들의 요구와 권리를 대변하는 일도 전문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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