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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셰일 혁명' 피해자서 주인으로…기름 찾아 미국 간 한국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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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 미국 셰일 오일 업체 인수 위해 4850억 투자

중앙일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4년 미국 오클라호마주 광구에 셰일 오일 생산 시설을 설치했다. 이곳에선 하루 2500배럴의 셰일 오일이 생산된다. [사진 SK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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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 오일· 셰일 가스는 모래와 진흙의 퇴적층인 셰일층에 함유된 원유와 가스를 말한다. 전통 원유나 천연가스와 달리 지하 1000m 이하의 지층에서 뽑아내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최근 시추 기술의 발전으로 개발 비용이 크게 줄면서 각국 기업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 최대 매장 지역은 중국과 미국이다.



국내 정유사 중 셰일 오일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이노베이션이다. 이 회사는 21일 미국 자회사 SK E&P 아메리카에 4850억원을 투자해 미국 셰일 개발업체 롱펠로우 지분 전량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같은 주 그랜드 카운티, 가필드 카운티 생산 광구에 38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곳에선 현재 하루 동안 생산되는 셰일 오일은 2500배럴(1배럴은 약 159L)에 달한다.

LS그룹의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업체인 E1도 2014년 8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셰일 가스 운송회사 카디널가스서비스 지분 15%를 인수했다. LS그룹 관계자는 "E1은 지분 투자를 통해 북미 셰일 가스 사업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향후 투자 확대를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석유화학기업 중에선 롯데케미칼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4년부터 30억 달러(3조2000억원)를 들여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셰일 가스를 원료로 한 에틸렌(플라스틱의 원료)과 에틸렌 글리콜(합성섬유의 원료)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플라스틱 원료는 전통적인 원유에서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국제 유가 상승에 대비해 셰일 가스에서 추출한 제품 생산 시설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황진구 롯데케미칼 USA 대표는 "올해 공장 완공 이후에는 매년 5억 달러(5300억원)의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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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4년 미국 오클라호마주 광구에 셰일 오일 생산 시설을 설치했다. 이곳에선 하루 2500배럴의 셰일 오일이 생산된다. [사진 SK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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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이 북미가 주도한 '셰일 혁명'에 동참하는 이유는 중동 지역에 쏠린 원유 공급원을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또 중동보다 개방적인 미국의 규제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중동 국가들은 원유 독점을 위해 해외 기업에 채굴업을 허용하지 않지만, 미국은 2016년부터 시장을 열었다. 미국 본토에서 생산된 셰일 오일과 가스로 곧바로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어 북미 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 중 셰일 오일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곳도 있지만, 향후 국제 유가 상승에 대비해 더 많은 기업이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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