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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또 관료에 뒤집어 씌우기?...문과성 장관 "전 차관 뒷조사는 문과성 자체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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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 배출한 파벌 의원 2명

"강연료 얼마냐" 등 물어보라 요청

담당 장관, 방어는커녕 "자체 판단"

요즘 아베 정권을 흔들고 있는 사건이 2가지. 하나는 모리토모 (森友)학원 특혜 의혹과 관련한 재무성의 문서조작 사건, 또 하나는 바로 마에카와 기헤이(前川喜平) 전 문부과학성(이하 문과성) 사무차관에 대한 뒷조사 논란이다. 뒷조사를 요청한 자민당 의원 2명이 '친 아베' 성향의 의원이었는데, 문과성이 이를 숨기려고 했다가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를 방어해야 할 장관은 "문과성 자체 판단이었다"며 오히려 공무원을 '방패막이'로 삼으려 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강연료는 얼마였나”, “참가자들은 동원된 것이었나”

문과성에 마에카와 전 차관에 대한 뒷조사를 의뢰한 정치인이 자민당의 아카이케 마사아키(赤池誠章), 이케다 요시타카(池田佳隆)의원이었던 것으로 20일 밝혀졌다. 지난달 나고야의 한 시립중학교에서 마에카와가 강연을 한데 대해 ‘사실 조회’를 요청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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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부과학성에 사실확인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된 두 자민당 의원. 아카이케와 이케다 [사진=TV아사히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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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성이 나고야 시교육위원회에 보낸 질문지에는 마에카와가 문부성의 낙하산 문제로 사임했고 ‘데아이케(만남)바’를 들락거렸다는 보도를 거론하며 “그를 강연에 부른 경위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제시해달라”는 ‘추궁’에 가까운 내용이 담겼다.

마에카와 전 차관은 아베 총리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학원에 특혜를 줬다는 ‘가케학원 스캔들’을 제기한 인물이다. 퇴직 후에도 공공연하게 아베 정권을 비판해 정권엔 ‘눈엣가시’였던 셈이다.

문제의 이케다, 아카이케 의원은 아베 총리를 배출한 자민당 최대 파벌 호소다파 소속이다. 아카이케 의원은 보수정치인들의 등용문인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으로, 제2차 아베 내각에서 문부과학성 정무관을 지냈고, 이케다 의원도 일본청년회의소(JC)회장을 거쳐 정계에 입문해 “교육은 일본인이 오랜 기간 길러온 도덕적 가치관을 배우는 것”이라고 하는 등 아베 정권과 코드를 맞춰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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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카와 기헤이 전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이 지난해 6월 국회에서 가케학원 스캔들과 관련한 증언을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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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의원들은 문과성이 질문지를 작성할 때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다. 문과성은 시 교육위원회에 보낼 질문 15개 항목을 작성한뒤 이케다 의원에게 의견을 물어 질문지를 수정했다. “사례금의 금액은 얼마였나”, “(강연 참석자 관련) 동원한 사실이 있는가” 등의 질문이 첨가됐다. ‘낙하산 문제로 사직했다’는 언급도 이 때 추가됐다.

이 경위을 밝힌 문과성의 대응도 석연치 않다. 문과성은 지난 15일 시교육위원회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에도 자민당 의원의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은 감춰왔다. 강연에 대해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했다가, 그 뒤엔 “외부에서 문의가 와서 알았다”고 말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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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시 요시마사 문부과학성 장관[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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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문과성 장관은 20일에서야 “의원의 조회 요청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사실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건 문과성”이라고 말했다. 질문지를 정치인에게 보내 수정한데 대해서도 “어디까지나 문과성의 주체적인 판단으로 한 것”라며 관료들의 잘못으로 돌리는 분위기다.

이번 사건으로 관료사회가 정치권력에 철저히 지배되고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모리토모학원 특혜 의혹 관련해 재무성이 무더기로 문서를 조작한 것을 당시 담당국장의 일탈로 몰아가는데 이어, 이번 사건 역시 문과성의 자체판단이라고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관가에선 관료들만 죽어나가는 거냐며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과성의 한 간부는 마이니치 신문에 “질문 항목을 의원에게 들은대로 수정했는데, 영향이 없다고 발뺌하나”고 말했다. 또 다른 관료는 “유유낙낙 정치인들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인상이다. 관료의 긍지는 어디로 갔나”고 말했다.

야당은 합동청문회를 열고 “정치권의 부당한 개입을 왜 쳐내지 못했느냐”며 비판했다. 희망의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교육의 공평공정한 집행과 교육내용을 뒤틀고 있다.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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