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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토지공개념 개헌] '토지 제한·의무' 헌법 명문화, 재초환 헌법소원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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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개헌안 "사회적 불평등 심화 해소 필요한 경우 특별한 제한"…헌법 '대못 효과' 부동산 징벌적 규제 탄력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청와대가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명문화한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한 것은 부동산 투기에 대한 '징벌적 규제'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포석이다. 토지 소유와 집중의 불균형이 사회불평등의 토대라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현행 헌법 제122조는 국가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헌법에도 느슨한 형태로 토지공개념의 취지가 반영된 셈이다.

청와대는 개헌안과 관련해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토지공개념 내용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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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대통령 민정수석이 20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전문과 기본권 부분의 내용과 조문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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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토지공개념이 명문화한 형태로 헌법에 반영될 경우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의 뚜렷한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이른바 '대못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헌법에 토지재산권에 대한 의무 부과와 권리 제한의 토대가 마련될 경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시행은 물론이고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개편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문제는 토지공개념이 개헌 논의의 물줄기를 바꿔 놓을 민감한 주제라는 점이다. 개헌에 대한 찬성 여론은 80~90%에 이르지만 토지공개념은 찬반 논란이 팽팽하다. 청와대가 토지공개념 명문화에 의미를 부여할 경우 야당 반발에 부딪혀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수 있다. 토지공개념은 사안의 특성상 이념논쟁을 촉발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9년 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으로 불렸던 택지소유상한법,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법은 '자본주의 시장원리 부정'과 '토지재산권 무상 몰수' 논란을 빚으며 힘을 잃은 바 있다. 택지소유상한법은 위헌, 토지초과이득세법은 헌법불합치로 결론이 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헌법재판소는 "짧은 기간 내에 토지재산권을 무상으로 몰수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우려를 헌법불합치 결정문에 담은 바 있다. 개발이익환수법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토지공개념 명문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국가가 언제든 토지의 사용과 수익, 처분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경제 원칙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면서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애초 목적도 달성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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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건축이 예정된 목동 아파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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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개념 명문화 문제가 개헌안의 쟁점으로 떠오를 경우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 재건축 단지들이 추진하는 재초환 헌법소원 사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인본은 재초환에 대해 "자유시장 경제 질서의 원칙과 사유재산제도에 반하는 위헌적인 법률"이라며 위헌소송 청구인단을 모집 중이다.

토지공개념 명문화를 내용으로 하는 개헌이 실현될 경우 재초환 헌법소원은 전혀 새로운 환경을 맞을 수밖에 없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의 근거가 헌법에 명확하게 담길 경우 위헌 주장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헌이 실현되지 않더라도 논의 자체가 헌재의 재초환 헌법소원 판단을 늦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헌재 관계자는 "경제 분야와 관련한 헌법 논의가 진지하게 이뤄지고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면 그런 부분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류정민·배경환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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