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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팔려가는 로힝야족 소녀들' 방글라 난민촌은 인신매매 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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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성매매 피해 증언하는 로힝야족 소녀[BBC 방송화면 캡처=연합뉴스]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밴 차량에 탄 아줌마들이 새 삶을 살도록 도와주겠다면 접근했죠. 그리곤 차에 태워 콕스바자르로 데려갔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2명의 소년이 나타나 칼로 위협하며 저항하는 나를 강간했어요…"

올해 14살인 안와라(여)는 미얀마군과 로힝야족 반군의 유혈 충돌 와중에 가족을 잃고 홀로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로힝야족 난민 아이다.

난민촌을 찾아가던 도중 그는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단의 꾐에 넘어갔던 상황을 취재진에게 털어놓았다.

또 다른 로힝야족 난민인 마수다(14)는 "난민촌에서 오래 살아온 로힝야족 여성이 일자리를 주겠다고 약속 했어요. 성매매를 강요한다는 걸 알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죠. 나에겐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가족들은 사라지고 돈도 없는 데다, 미얀마에서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으니까요"라고 악몽 같았던 경험을 되뇌었다.

영국 BBC 방송은 안와라나 마수다 처럼 미얀마를 탈출한 뒤 성매매를 목적으로 한 인신매매 조직에 걸려든 난민 소녀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성매매 조직들은 학살과 성폭행, 방화 등 극단의 잔혹 행위를 경험한 뒤 겨우 난민촌에서 안식을 찾는 10대 초중반의 어린 난민 소녀를 먹잇감으로 삼는다.

특히 이들은 혼돈의 난민촌에서 피폐한 삶을 사는 난민 소녀들과 부모에게 '더 나은 삶'과 '일자리'를 제시하며, 소녀들을 성매매 소굴로 데려가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어떤 부모는 인신매매 조직에 팔려간 아이들의 소식을 더는 듣지 못해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어떤 부모는 인신매매 사실을 모른 채 아이들이 잘살게 될 것이라는 희망에 미소를 짓기도 한다.

아이를 떠나보낸 한 여성은 "어디에 있든 난민촌에서 사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모의 기대와 달리 인신매매 조직에 팔려간 로힝야족 아이들은 대부분 성매매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방송은 전했다.

어린 성매매 상대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가장한 취재진이 성매매 알선업자에게 로힝야족 소녀를 만날 수 있는지를 묻자, 긍정적인 답변과 함께 13∼17세 소녀들의 사진이 날아왔다.

사진 속 아이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자 포주는 "어린 로힝야족 소녀들은 얼마든지 있지만 왜 굳이 로힝야족을 찾느냐"고 반문하면서 "그들은 가장 더러운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로힝야족 소녀들은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는 물론, 네팔의 카트만두와 인도 콜카타에까지 팔려가 성매매에 내몰리는 상황이다.

BBC는 "로힝야족 위기로 방글라데시의 성매매 산업이 생겨나지는 않았지만, (성매매 산업에) 여성과 아동 공급을 늘려 가격을 낮춤으로써 강력한 수요를 유지하게 했다"고 진단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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