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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사설] 손대는 부실기업마다 더 엉망, 産銀부터 구조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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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이 임원 12명 중 6명을 퇴임시키는 전례 없는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달 대우건설 매각이 실패한 것과 관련,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문책을 지시했다고 한다. 산은은 대우건설을 호반건설에 팔기로 했으나 협상 막바지에 3000억원 규모의 숨겨진 해외손실이 드러나는 바람에 매각이 무산되는 망신을 당했다. 그래놓고 산은 자신의 책임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문책은커녕 사과 한마디 없다.

산은은 대우건설의 경영·인사권을 쥐고 있다. 대우건설 사장도 산은 임원 출신을 내려보냈다. 그런데도 3000억원에 달하는 해외손실을 몰랐다면 누구 책임인가. 산은은 과거에도 세 번이나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했으나 다 실패했다. 그사이 대우건설 주가는 반 토막이 났다. 그만큼 국민 부담이 커졌다.

대우건설뿐이 아니다. 산은은 지금까지 130여 개 부실기업에 국민 돈을 투입했지만 손대는 곳마다 더 엉망이 되는 경우가 잦았다. 대우조선엔 4조여 원, 금호타이어엔 다른 채권단과 함께 4조원 가까이 퍼부었지만 경영난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국GM이 5년간 3조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는 동안 2대 주주로서 아무런 견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난 8년간 13조여 원을 부실기업에 투입했지만 회수율은 31%에 불과하다. 다른 시중은행의 회수율은 90%를 넘는다. 산은은 부실을 더 키우는 '마이너스의 손'이란 말이 나올 지경이다.

그러면서도 낙하산 인사는 열심히 보내고 있다. 지난 8년간 산은 임직원 135명이 부실기업 자회사에 취업했다. 대우조선엔 산은 부행장을 재무 책임자로 보냈으면서도 수조원대의 분식회계를 잡아내지 못했다.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하는 게 아니라 인사 적체 해소에 활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산은은 5년간 6조원 가까운 적자를 냈지만 임직원은 26%나 늘어났다. 신입사원 초봉은 5500만원에 달한다. 남에겐 엉터리 구조조정을 하고 자신은 방만 경영을 한다. 산은이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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