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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Law&Life] '前官 변호사' 사건별 수임료, 영장 없이는 볼 수 없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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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임료는 개인정보… 공개 안돼… 공개되는 건 사건名·시기·이름

수임료, 탈세·비리와 연결될 소지… 법조비리 줄이려면 법 개정돼야

조선일보

양은경 법조전문기자·변호사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2013년 변호사 시절 한 사건 의뢰인과 '착수금 2억원, 성공 보수 8억원'의 수임료 약정을 했던 사실이 알려졌다〈본지 18일 자 A10면〉.

전관(前官) 변호사들의 특정 사건 수임료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변호사는 매년 소속 지방변호사회에 1년간 받은 수임료 총액과 사건 건수만 신고하도록 변호사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우 전 수석 수임료가 알려진 것도 의뢰인 측에서 착수금을 돌려 달라는 소송을 냈기 때문이었다.

전관 변호사의 고액 수임료는 그동안 법조 비리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우 전 수석처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현재로선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전관 변호사 비리를 감시하기 위해 2007년 설립된 법조윤리협의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협의회는 전관 변호사들로부터 퇴임일로부터 2년간의 사건 수임 내용을 제출받지만 그 내용은 사건명, 당사자 이름, 수임 시기 등이 전부다. 변호사법에 수임료는 신고 대상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협의회에 종종 수임료와 관련한 진정이 들어오지만 진상을 파악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지난해 말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수임료 1억원을 받아갔는데 아무 일도 안 했다. 탈세 의심도 든다"는 진정이 들어온 게 대표적이다. 협의회 측은 탈세 여부를 확인하려고 국세청에 전화를 걸었다. 변호사로부터 매출액을 신고받는 국세청은 변호사의 사건별 수임료를 알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하지만 국세청 직원은 "신고 내용은 개인 정보라서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없으면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협의회는 수사기관이 아니어서 영장을 받을 수 없다. 조사는 그걸로 끝났다. 다른 경우도 비슷하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협의회에서 10년간 탈세를 적발한 실적은 한 건도 없다.

고액 수임료 자체가 범죄는 아니다. 능력과 노력에 따라 비싼 수임료 받는 것을 뭐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탈세나 비리와 연결될 소지가 큰 것 또한 사실이다. 이 때문에 변호사 업계에선 사건별 수임료를 지방변호사회나 법조윤리협의회에 신고하도록 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전관 비리 방지라는 공익을 고려할 때 수임료를 비밀로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양은경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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