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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미달 많던 특별공급… '강남 로또아파트'선 미어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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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월급 실수령액 430만원이 안 되는 무주택 외벌이 신혼 아빠, 노부모를 전·월세 집에서 3년 넘게 모시고 산 가장, 장애인, 탈북자….

이런 사람 1000여 명이 '10억~14억원짜리 아파트'를 사겠다고 몰렸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 개포' 특별공급 분양에서다. 특별공급은 아파트 분양 물량에서 일정 비율을 따로 떼어내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만 청약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디에이치자이 개포 특별공급은 신청자가 워낙 몰려든 탓에 자정 넘어서까지 청약이 진행됐다. 접수된 신청서는 1200개. 990명이 몰려 458가구를 놓고 경쟁했다. 2.16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가운데 부적격자 등을 제외한 444명이 당첨됐다. 작년~올해 서울에서 진행된 44회의 특별공급 중 '미달'이 나지 않은 세 번째 특별공급이다. "부모에게서 수억원을 받을 수 있는 서울 시내 '금수저'가 다 몰린 것 같다"는 말과 함께 특별공급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억 집 사는 사람에게 사회적 배려?

특별공급은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노부모 부양' '장애인·탈북자·철거민' 등으로 구성된다. 각 자격 조건은 정부가 정한다.

디에이치자이 개포에서 119가구 모집에 265명이 몰린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1순위가 되려면 결혼한 지 3년 이내이면서 자녀가 있어야 한다. 소득 기준도 있다. 전년도 도시 근로자 가구당 평균 소득(맞벌이는 120%)을 넘으면 안 된다. 외벌이 3인 가구일 경우 월 500만원, 맞벌이 3인 가구일 경우 월 600만원 이하이다. 월급 500만원에서 각종 세금을 뗀 실수령액은 430만원 정도다.

그런데 이 아파트 최소 평형인 전용 63㎡의 분양가는 9억8000만~11억원. 바로 다음 단계인 전용 84㎡는 12억5000만~14억3000만원이다. 맞벌이 부부를 가정하더라도 각자 월 300만원 이하를 벌면서 결혼 3년 이내에 자녀를 낳고 키우며 8억원을 모아 놓은 사람이라야 1순위 청약을 노릴 수 있다. 정부 규제로 중도금 대출도 되지 않는다. "부모 등에게서 수억원을 받은 금수저만 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무주택 장애인, 중소기업 근로자, 철거민, 탈북민 등을 아우르는 '기관 추천 특별공급' 역시 119가구 모집에 141명이 몰렸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는 대부분 근로 소득이 많지 않기 때문에 부모의 도움을 받거나 이들 명의의 통장으로 다른 사람이 청약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통장을 불법으로 거래해 차명 분양을 받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로또'일 때만 미달 안 나

자격 요건이 까다로운 만큼, 특별공급은 미달인 경우가 많다. 본지가 작년부터 올해까지 분양한 서울 시내 아파트 특별공급 결과를 분석한 결과, 총 44개 단지 가운데 이번을 포함해 단 3개 단지가 미달을 면했다. 작년 9월 분양한 '신반포 센트럴자이' '래미안 강남포레스트'였다. 3개 단지에는 공통점이 있다. 강남권에서 분양가가 주변 시세 대비 낮게 책정돼, 당첨만 되면 수억원대 시세 차익이 가능한 '로또 아파트'라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신혼부부라도 5년 안에 돈을 많이 모았을 수도 있고, 결혼을 늦게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스스로 구입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며 "부모에게서 돈을 지원받은 경우 증여세를 철저하게 물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청약 당첨자들을 대상으로 자금마련계획서를 받아 집중 조사할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벌써 인터넷 등에는 "부모님에게 목돈을 받은 뒤 매달 드리는 용돈을 이자라고 우기면 된다" "'떴다방'과 계약서를 쓰고 전매가 가능할 때 소유권을 넘기면 된다"는 방법들이 올라오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사회적 배려 계층을 위한 특별공급이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아니라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을 쉽게 분양받는 방법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특별공급이란?

아파트를 분양할 때, 전체 가구 중 일부는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노부모 부양자, 장애인, 탈북자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만 청약할 수 있게 하는 제도.

이미지 기자(image071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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