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 대응나선 기업들
핵심 시간대 외엔 알아서 출·퇴근
이동시간 아끼려 공유사무실 두고
부족한 인력은 로봇·AI로 대체
집에서 잔업하고 임금 줄어 불만
개발·영업직은 시간 맞추기 곤란
#이마트에서 일하는 김모(36)씨는 얼마 전 금연을 결심했다. 그간 아내의 잔소리에도 ‘동료와 함께 흡연하며 나누는 담소’를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방안에 발맞춰 회사가 ‘주 35시간’을 시행하면서 ‘흡연 담소’가 여의치 않아졌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대응으로 집중근무제가 도입됐고, 집중근무시간에는 사내 흡연실도 폐쇄한다.
7월부터 도입되는 ‘최대 주 52시간 근무’(300인 이상 사업장)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대응책을 마련하고, 예행연습에 나섰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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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를 활용한 효율 증대도 눈에 띈다. 이마트는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근로 장소인 물류센터에 로봇을 도입했다. 로봇이 제품을 분류하고, 주문 상품을 골라서 담고 포장도 한다.
안철민 이마트 김포센터장은 “사람이 카트를 밀고 다니며 해야 할 힘든 일을 로봇이 하니 다른 물류센터보다 근무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사무직도 인공지능(AI)을 도입해 효율성을 높인다. 예컨대 인공지능 면접 프로그램은 1만명의 입사지원서를 8시간이면 검토할 수 있다. 인사담당자가 이 일을 하려면 하루 8시간씩 70일을 매달려야 한다. 현재 국내 30여 개 업체가 이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근무 공간의 제약도 없앴다. SK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사옥에 공유 오피스 공간을 만들었다. SK그룹 계열사는 물론 협력업체 직원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무실까지 이동하며 버리는 시간을 아끼자는 취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같은 조직과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일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프로젝트 중심으로 업무 공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물산은 사무실에 고정석을 없앴다. 부장부터 사원까지 앉고 싶은 곳에서 일한다. 좌석 간 파티션도 없다. 서규하 롯데물산 과장은 “팀별로, 직급별로 앉지 않고 자연스레 업무 연관성이 있는 사람끼리 모여 앉게 돼 별도로 회의를 하기 위해 이동할 필요도 없고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기업마다 저마다 방식으로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퇴근이 진정한 의미의 퇴근이 아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퇴근 시간 이후에 집에서 노트북으로 끝내지 못한 서류 작업을 하거나 카톡으로 업무 지시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업종·업무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반도체 등 개발 업무가 중요한 업종에선 주 52시간을 맞추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외근이 많은 영업직도 변수가 많아 업무량에 따른 업무시간 예측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근로시간 기준을 주 단위가 아닌 월이나 연 단위로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예컨대 스마트폰 개발팀은 야근을 하면서 신제품 출시를 하고 나면 한 달 정도 휴가를 써서 연간 법정 근로 시간을 맞추는 식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자영업) 간 양극화 심화 우려도 있다. 국내 전체 일자리의 90%를 점유한 중소기업은 현재도 낮은 처우로 인력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초과 근무로 인상 수당이 사라지면 사실상 실제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김민석 중소기업중앙회 과장은 “초과 근무가 없어지면 이전에 12시간 일하고 실제 소득이 400만원(초과수당 포함)이었던 소득이 8시간에 250만원이 되는 것”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더 벌어져 중소기업은 사람 구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련·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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