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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사설]문 대통령은 베트남인 학살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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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24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다. 이번 방문에서 문 대통령은 쩐 다이 꽝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주요 지도자들과 만나 수교 25주년을 맞은 양국의 발전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베트남은 아세안 10개국 중 교역·투자, 개발협력 1위 국가이자,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 국가다. 하지만 양국 간에는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이라는 불행한 과거사가 놓여 있다. 베트남 전쟁기간 한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32만명의 병력을 파병했다. 그만큼 한국군의 피해도,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도 컸다. 참전단체들은 학살 자체를 부인하거나 작전수행 중 불가피한 일이라고 하지만 1968년 3월 하미마을에서 벌어진 학살의 경우 희생된 135명 중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다. 갓난아이까지 무참하게 희생됐다면 정당한 작전수행이라고 볼 수 없다.

역대 정부는 간접적인 사과 혹은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1년 “본의 아니게 베트남 국민들에게 고통을 준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고, 노무현 대통령도 2004년 “우리 국민들은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호찌민-경주 세계문화엑스포’ 영상축사에서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사과 발언을 하지도 않았다. 한국 정부의 이런 태도는 역사의 가해자로서 올바른 자세라고 할 수 없다.

마주하기 싫은 과거이지만 ‘뚜껑을 덮어둔 채’ 외면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문 대통령이 공식 사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청하는 국민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군 장성 출신인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20일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면서 “부끄러운 민낯이라도 떳떳하게 밝히고 사과·보상해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베트남 학살 문제를 외면한 채 위안부 문제의 온전한 해결을 기대하는 건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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