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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태움' 일삼는 간호사 면허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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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근무여건 개선책 발표

인권침해센터 상시기구로 운영

내년부터 야간 전담 간호사 도입

"태움 문화 근절엔 한계" 지적도

서울경제


지난달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박모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신입 간호사였던 박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를 혹독하게 가르치는 일명 ‘태움’ 때문으로 드러났다. ‘영혼이 재가 되도록 태운다’는 뜻의 태움이 알려지면서 열악한 간호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54개 병원의 의료근로자 1만1,66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간호사의 83.3%가 심각한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중 ‘태움’을 경험한 간호사는 40.2%로 나타났다.

정부가 간호사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강도 높은 개선책을 도입한다. 의료현장에서 간호사에 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하면 의사나 간호사 등 가해자의 면허를 정지하는 한편 불합리한 간호업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인권침해센터를 설치하는 게 골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8만6,000명 수준이었던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 수를 오는 2022년 24만8,000명까지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책’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하고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계획대로 인력이 확충되면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 수는 3.5명에서 4.7명으로 확대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기준으로는 54%에서 72%까지 늘어난다.

간호업무의 의료수가(간호관리료)도 개선한다. 간호관리료 지원 방식이 ‘병상 수 대비 간호사 수’에서 ‘환자 수 대비 간호사 수’로 변경된다. 중소병원과 지역병원의 간호관리료 지급 관련 등급이 상대적으로 상향돼 간호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는 의료기관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간호관리료로 추가 발생하는 수익분의 70% 이상은 간호사 처우 개선에 투입한다.

일명 ‘태움’으로 불리는 간호사 간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 의료현장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하면 면허정지까지 처분할 수 있도록 제재 수위가 상향된다. 간호사의 인권을 보장하는 간호사 인권침해센터를 상시기구로 운영하고 교대근무에 따른 간호사의 업무강도를 경감하기 위해 내년부터 야간전담 간호사 제도도 도입된다. 이를 통해 현행 3교대 위주인 간호사의 근무방식도 야간근무가 없는 2교대로 점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개선안이 대형 의료기관에 국한돼 간호사 사이의 태움 문화를 근절하는 데는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면대면으로 근무하는 간호업무의 특성상 개별적으로 인권침해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고 선배가 후배를 전담하는 도제식 교육이 만연해 근본적인 시스템을 바꾸기는 요원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간호 서비스 확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인 ‘문재인 케어’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필수적인 요건”이라며 “선진국 대비 열악한 간호사의 처우와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간호수가를 높이고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제도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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