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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 (수)

가짜뉴스·탈세·정보유출…"페북, 저커버그리더십 완전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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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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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다. 10년 넘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계 최강자 위치에 군림해온 '페이스북 제국'이지만 가짜뉴스, 탈세 의혹, 정보 유출 등 갖가지 악재로 제국에 선명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 문제까지 불거지며 CEO 교체를 통한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페이스북 주가는 위기가 반영돼 7%가량 폭락했다.

최근 수년간 숱하게 위기론에 휩싸였던 페이스북이지만 전문가와 미국 언론은 최근 5000만건의 개인정보 유출로 불거진 이번 위기가 종전 위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페이스북이 제공한 데이터를 '제3자'가 불법으로 유출한 행위가 이번 위기의 본질이며, 앞으로 이를 과연 막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2014년 알렉산드르 코간 영국 케임브리지대 심리학 교수가 개발한 '디스이즈유어디지털라이프'라는 성격 분석 애플리케이션(앱)에 유저의 위치정보, 친구 목록, '좋아요'를 누른 콘텐츠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여기까지는 페이스북 측 자체 규정에 저촉되지 않지만, 문제는 코간 교수가 이렇게 획득한 정보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라는 데이터 회사에 넘겼고, CA가 다시 이를 유권자 성향별 분석자료로 가공해 미국 대선이 한창이던 2016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선거캠프에 넘긴 것이 이번 사태의 골자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직접 앱을 다운로드한 유저 27만명과 이들과 친구 관계를 맺은 사람까지 합해 총 500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페이스북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규제를 어긴 것으로 드러나면 최대 수십억 달러 벌금도 부과될 수 있다.

미국 CNN방송은 이날 "이번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은 '데이터의 이용'이라는 페이스북 유전자(DNA)에 내재한 문제를 보여준다"며 이 문제를 "누군가에게 담배를 팔면서 친구와 담배를 공유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문제는 페이스북과 같이 IT에 기반한 플랫폼의 사업 핵심이 바로 플랫폼 내 사업자에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용하는 권한을 주는 행위라는 점이다. 사업자에게 데이터 취급 권한을 주지 않으면 사업 기반이 무너지고, 계속 허용하자니 제3자가 보유한 데이터를 다른 누군가에게 제공하는 것까지 모니터링해야 하는 불가능한 미션에 도전해야 한다. 페이스북에 이번 정보 유출 사건이 '악몽'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저커버그 CEO의 리더십 부재도 도마에 올랐다. 최근 몇 년 새 가짜뉴스, 탈세 의혹, 정보 유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가 터져나오고 있지만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이번 정보 유출 스캔들에 대해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저커버그가 직접 의회에 나와 해명하라"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지만 저커버그 CEO는 이틀이 넘도록 침묵을 지키고 있다.

내부 의견 갈등으로 알렉스 스태모스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가 사임한다는 소식도 나왔다. 이날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스태모스 CISO는 가짜뉴스 대처법을 놓고 갈등을 빚은 끝에 지난해 12월 사의를 밝혔지만 경영진이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커버그가 CEO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도 제기됐다. 개인투자자 제이슨 캘러캐니스는 CNBC방송과 인터뷰하면서 "저커버그의 리더십은 완전히 실패했다"며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CEO에 더 어울린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스캔들에 염증을 느낀 이용자들도 페이스북을 떠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는 조사 결과 24세 이하 페이스북 이용자가 지난해 280만명 감소했으며 올해에도 210만명이 추가로 떠날 것이라고 지난 2월 발표했다. 페이스북에서 18~24세 연령층 이용자 수가 줄어든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페이스북 주가는 이날 장중 7% 이상, 종가 기준 전일 대비 6.77% 급락한 주당 172.56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는 2014년 3월 이후 48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페이스북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 구성 종목으로, 미국 시장 전체가 페이스북발 충격에 영향을 받았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335.60포인트(1.35%) 하락한 2만4610.91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은 전날보다 39.09포인트(1.42%) 내린 2712.9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37.75포인트(1.84%) 떨어진 7344.24에 거래를 마쳤다. 저커버그 CEO 자산도 이날 49억달러(약 5조2000억원)나 줄어들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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