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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기고] 급팽창 中서비스산업에 올라탈 기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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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중국 서비스산업의 성장이 눈부시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6.9%를 기록하며 2010년 이후 처음으로 반등에 성공했는데, 내용을 보면 서비스산업 성장률은 8.0%로 제조업 6.1%를 훨씬 앞질렀다. 중국 제조업이 공급 측 개혁으로 주춤하고 있는 사이 서비스산업이 제조업을 대신해 중국 경제성장의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서비스산업 발전의 대표적인 사례가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위챗페이인데, 올해 춘제(중국 설) 기간에만 8억명이 이용했다. 나아가 위챗페이 서비스는 그동안 단순 비용 결제, 자금 이체 등에서 금융대출업까지 확대되고 있다. 놀랍게도 모바일상에서 간단히 신청만 하면 되는 위챗페이 대출금의 사고율이 은행 창구를 거친 것보다도 훨씬 낮다. 이제 생활의 일부분이 된 위챗페이에서 신용을 잃으면 향후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은 제2의 IT 붐을 맞고 있으며 중국의 IT 서비스 시장은 글로벌 기업의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2016년 중국에 설립한 외자 IT 서비스 업체 수는 4만3000여 개에 달하며 특히 데이터 분석, 전자상거래 플랫폼, 인터넷 마케팅, 공급라인 관리 등 신업종과 신모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얼마 전 양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가능케 하는 개헌안이 통과됨으로써 시 주석의 권력은 개혁·개방 이후 어느 정권보다 강력해졌다. 시 주석의 제2기 중국 경제 운영 방향은 질적인 업그레이드, 국민 생활수준 향상 등으로 중국 경제가 투자에서 소비 주도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더욱 빠르게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성장하는 중국 서비스 시장에서 우리 기업 이름을 찾기 어렵다. 우리가 중국 시장의 7분의 1도 안 되는 국내시장에서 경쟁하는 사이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거대 중국 시장에 진출할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물론 중국이 급성장하는 서비스 시장을 외국 기업에 호락호락 넘기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서비스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규제를 뚫어야 한다. 설사 진입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중국 지방(省市) 정부의 자의적인 법 집행은 우리 투자 기업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사드 갈등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 많은 교훈을 주었다. 중국은 관광 및 콘텐츠 서비스 등 우리 대중 서비스 수출이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에 강도 높은 압박을 가했다. 지난해 10월 한국과 중국이 관계 개선에 협력하기로 한 이후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시장 특성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이전의 특수를 다시 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올 3월부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2015년 한중 FTA 협상에서 양국은 발효 2년 내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을 체결하기로 약속했다. 후속 협상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관광·문화·법률·금융·유통 등 우리 관심 분야에서 중국 시장 개방을 확대해야 한다.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과 함께 안정적인 무역·투자 환경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협상 과정에서 대중 서비스·투자기업, 경제단체, 연구기관 등 민간 부문의 폭넓은 참여와 의견 개진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기회의 신 '카이로스'는 앞머리는 길고 뒷머리는 없다고 한다. 앞머리가 무성하여 쉽게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한번 지나간 기회는 다시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은 달리는 중국 서비스 시장에 올라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중국 서비스산업이라는 고속열차에 승선할 수 있는 티켓을 다른 경쟁국보다 먼저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다. 사드 갈등으로 위축되어 있는 우리 기업에 모처럼 신바람 나는 소식을 전해줄 수 있도록 우리 협상당국이 중국 시장의 문을 활짝 여는 데 힘써주길 바란다.

[한진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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