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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트럼프 철강 관세폭탄, 한국 피해갈 듯···목적은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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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부시·오바마의 경제 '가정교사'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인터뷰]

"트럼프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

진짜 목적은 중국의 기술 도둑질 방지"

"중국에 도넛 가게를 열고 싶은 미국 기업이 있다. 도넛을 만들어 팔기 위해서는 중국 파트너를 찾고 그에게 도넛 만드는 기술을 알려줘야 한다. 반죽을 어떻게 하고 몇 도에서 튀기고, 다 알려줬더니 중국 현지에 도넛가게를 오픈하기도 전에 내 레시피를 사용한 중국인의 도넛 가게가 문을 열었다. 사업을 하려다 기술만 도둑질당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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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사공일)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마틴 펠드스타인(79)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낸 속내는 중국의 미국 기업 기술 탈취를 더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펠드스타인 교수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다년간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해킹 등 사이버기술로 미국 기업의 기술을 훔쳤다. 2013년 6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기술탈취의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자 시 주석도 사실을 인정했다.

"그 이후로는 이런 방식의 기술 유출은 볼 수 없게 된 것 같다. 이제는 방식이 좀 바뀌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는 미국 기업들은 종종 시장 진입 조건으로 기술이전을 요구받는다. 인구 13억 명의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는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노하우를 전수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중국 기업이 전수받은 기술을 활용해 시장 점유율을 높일 때까지 승인을 내지 않고 시간을 끄는 경우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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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불리는 마틴 펠드스타인 미 하버드대 석좌교수의 세계경제연구원.강연. [사진제공=세계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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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해결방법이 없는 기술 도둑질을 막기 위해 철강 관세 카드를 동원했다는 설명이다. 표면적으로는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외치면서 뒤로는 중국 정부가 '자발적인' 기술 이전 요구를 금지하도록 협상할 것이란 게 그의 예측이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이같은 이유로 "한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 캐나다 등은 대상국에서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덤핑이나 수익 급증보다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라 한국과 일본, NATO 등 군사동맹국은 면제될 수 있고, 캐나다와 멕시코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카드로만 활용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는 또 "실업률이 낮고, 임금 상승률도 높지만, 미국 경제는 상당히 취약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높은 자산가격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초저금리를 유지한 탓에 주가수익비율(PER)은 과거보다 70%나 높고 주택 가격도 지난해 6.4% 늘었다"며 "주가 PER이 정상화하면 가계 자산 가치가 10조 달러 절하하고, 1~2년간 단기 불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 가격은 거품 위험이 있고, 실업률도 낮은데 단기 금리가 너무 낮다"며 "Fed가 금리를 3년 전부터 올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랬다면 주식, 채권 가격도 이 정도로 높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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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 대학교 교수가 20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조찬 강연회에서 '미국과 세계경제'를 주제로 한 강연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1984년 당시 미국 레이건대통령 수석경제고문 및 경제자문위 의장을 지냈다. 2018.3.20/뉴스1


미국 재정적자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미국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정도였지만 최근 75% 수준"이라며 "2020년까지 부채비율이 100%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불황이 오면 통상 Fed가 금리를 낮추려 하지만 이미 금리가 낮은 상황이라 감세정책을 2025년 이후까지 연장하고, 인프라 투자 계획을 미리 준비해두는 방법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 Fed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묻는 질문에는 "3~4차례 인상 전망에 동의한다"며 "0.25%포인트 증가가 아니라 0.35%씩 세차례 올릴 수 있다는 식으로 깜짝뉴스를 발표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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