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A4용지 207쪽 구속영장에 혐의만 18개 적시
MB측 "국가 권력 총동원… 정치검찰이 혐의 덧씌워"
작년 8월부터 8개월간 수사… 이르면 22일 영장 실질심사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이 전 대통령 소환 이틀 뒤인 16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문 총장에게 '구속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혐의가 많고 무거운 데다 이 전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해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검찰총장도 수사팀 의견을 아예 무시하기는 어렵다.
/남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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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문 총장도 고민을 했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전직 대통령 두 명을 구속하는 데 따르는 정치적 부담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까지 구속할 경우 가혹한 '정치 보복'이란 비난이 일 수 있고, 그 경우 검찰은 물론 정권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장관도 이 부분을 우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예상됐던 길로 갔다.
검찰은 정부의 '적폐 청산' 방침 아래 작년 8월부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했다. '정치 보복'이란 비판 속에서도 이 전 대통령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국정원과 군(軍)의 정치 댓글 사건에서 시작해 자동차 부품 회사 다스, 국정원 특수활동비, 삼성 소송비 대납 사건 등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이 전 대통령 형과 사위, 측근 등 주변 인물 상당수가 구속되거나 소환 조사를 받았다. 그런 수사 성격이 이번 영장 청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가 가볍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은 A4 용지 207쪽에 이른다. 범죄 혐의는 뇌물, 횡령, 탈세, 직권남용 등 18여개에 달한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삼성과 정·관계 및 종교계 인사들로부터 110억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영장에 명시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실소유했다는 판단 아래 다스에서 발생한 350억원대 횡령에도 이 전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다스의 미국 소송에 정부 기관을 동원했다는 혐의(직권남용)도 적용했다.
박 전 대통령도 뇌물수수 등 18개 안팎의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에게 휘둘려 뇌물을 받은 측면이 강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본인이 나서서 뇌물을 수수했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진술도 나온 상태다. 2009년 삼성이 대납했다는 다스 소송 비용 60억원과 관련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검찰에서 "이 전 대통령 지시로 소송비 대납을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압수 수색을 통해 삼성의 대납 사실이 적힌 'VIP(대통령) 보고 문건'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 혐의가 박 전 대통령과 비교할 때 질적, 양적으로 가볍지 않다"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다른 피의자와의 형평성도 고려했다"고 했다. 검찰은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혐의(뇌물)로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을 구속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규정했다. 측근들이 구속돼 있는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만 불구속 수사를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자신에 대한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VIP 보고 문건'은 "조작된 것"이라고까지 했다. 영장 청구 직후 이 전 대통령측은 "이명박 죽이기이고, 정치 검찰이 덧씌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그에 대한 구속 여부나 유무죄 판단은 법원에서 가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22일이나 23일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영장이 청구된 지 사흘 만에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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