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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검찰 "뇌물 110억, 횡령 350억… 다스 실소유주는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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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A4용지 207쪽 구속영장에 혐의만 18개 적시

MB측 "국가 권력 총동원… 정치검찰이 혐의 덧씌워"

작년 8월부터 8개월간 수사… 이르면 22일 영장 실질심사

문무일 검찰총장은 19일 오후 4시 50분부터 20분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만났다. 문 총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다. 박 장관은 "전직 대통령 범죄는 헌정 질서 문란 등이 아닌 이상 불구속 수사가 바람직하다"면서도 "증거인멸 가능성이나 다른 피의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검찰에서 최종 판단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 직후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발표했다.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가능성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그렇게 정해졌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이 전 대통령 소환 이틀 뒤인 16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문 총장에게 '구속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혐의가 많고 무거운 데다 이 전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해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검찰총장도 수사팀 의견을 아예 무시하기는 어렵다.

조선일보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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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문 총장도 고민을 했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전직 대통령 두 명을 구속하는 데 따르는 정치적 부담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까지 구속할 경우 가혹한 '정치 보복'이란 비난이 일 수 있고, 그 경우 검찰은 물론 정권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장관도 이 부분을 우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예상됐던 길로 갔다.

검찰은 정부의 '적폐 청산' 방침 아래 작년 8월부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했다. '정치 보복'이란 비판 속에서도 이 전 대통령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국정원과 군(軍)의 정치 댓글 사건에서 시작해 자동차 부품 회사 다스, 국정원 특수활동비, 삼성 소송비 대납 사건 등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이 전 대통령 형과 사위, 측근 등 주변 인물 상당수가 구속되거나 소환 조사를 받았다. 그런 수사 성격이 이번 영장 청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가 가볍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은 A4 용지 207쪽에 이른다. 범죄 혐의는 뇌물, 횡령, 탈세, 직권남용 등 18여개에 달한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삼성과 정·관계 및 종교계 인사들로부터 110억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영장에 명시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실소유했다는 판단 아래 다스에서 발생한 350억원대 횡령에도 이 전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다스의 미국 소송에 정부 기관을 동원했다는 혐의(직권남용)도 적용했다.

박 전 대통령도 뇌물수수 등 18개 안팎의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에게 휘둘려 뇌물을 받은 측면이 강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본인이 나서서 뇌물을 수수했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진술도 나온 상태다. 2009년 삼성이 대납했다는 다스 소송 비용 60억원과 관련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검찰에서 "이 전 대통령 지시로 소송비 대납을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압수 수색을 통해 삼성의 대납 사실이 적힌 'VIP(대통령) 보고 문건'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 혐의가 박 전 대통령과 비교할 때 질적, 양적으로 가볍지 않다"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다른 피의자와의 형평성도 고려했다"고 했다. 검찰은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혐의(뇌물)로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을 구속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규정했다. 측근들이 구속돼 있는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만 불구속 수사를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자신에 대한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VIP 보고 문건'은 "조작된 것"이라고까지 했다. 영장 청구 직후 이 전 대통령측은 "이명박 죽이기이고, 정치 검찰이 덧씌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그에 대한 구속 여부나 유무죄 판단은 법원에서 가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22일이나 23일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영장이 청구된 지 사흘 만에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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