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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일사일언] 목소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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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강성곤·KBS 아나운서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에서 괴물과 사랑에 빠진 여인 일라이자는 고백한다. "당신의 목소리는 내게 음악이에요." 목소리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

2012년 미국 노스이스턴대 실험실. 신문을 소리 내서 읽는 독자들 영상을 보여주고 '누가 똑똑한 사람일 것 같은가' 맞혀 보라고 했다. 참가자 90% 이상이 한 사람을 지목했는데 그 이유는 이랬다. "좋은 목소리, 그리고 더듬거나 오독(誤讀)이 없는 사람을 골랐어요." 목소리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지만 타고난 목소리는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이다.

우선 명료하고 정밀한 발음에 신경 쓸 일이다. 좋은 발음의 첫걸음은 모음의 정확한 음가(音價) 내기에서 나온다. 한국어엔 10개의 단모음과 이중모음 11개가 있다. 이걸 제대로 소리 내면 발음의 종결자, 목소리 좋은 사람으로 대우받을 것이다. 입안 공간의 폭이 넓어졌다 좁아졌다 하는 느낌이 많이 들수록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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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정제되고 가다듬은 소리의 연마다. 금속 제련 과정처럼 목소리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올곧은 발음의 강도와 순도를 높이는 과정을 체험해보자. 작위적이란 느낌이 들기 딱 직전까지 매력적인 적정 임계점을 끈기 있게 찾아낼 일이다. 평범한 텍스트에서부터 시·에세이 낭송, 노랫말의 전달까지 내 목소리로 활자에 생명력을 불러일으키고 말 테다 하는 다부진 마음가짐을 탑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안의 연기 본능'을 깨우라는 말을 보태고 싶다. 달콤하게 속삭이기도 하고 준엄히 꾸짖어도 보라. 포효하기도 했다가 탄식도 해보라. 티브이·모바일에 얽매이는 비루한 일상을 박차고 일어나 소리에 감정을 실어 이리저리 벼려보는 야릇한 순간들을 맛보길. 자기 소리의 지평과 비전이 보인다. '관상(觀相)의 완성은 목소리'라는 말이 있다. 시각이 압도적 우세인 세상이지만 청각의 존재감은 여전히 살아 있다. 특히 결정적일 때, 더 그렇다.







[강성곤·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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