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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네이처셀 후폭풍…줄기세포 `묻지마 투자`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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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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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업체 네이처셀의 퇴행성 관절염 줄기세포치료제 '조인트스템'에 대한 조건부 시판 허가가 무산되면서 우후죽순 생겨나는 줄기세포 기업에 대한 '묻지마' 투자에 경고등에 들어왔다.

지난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위)에서 네이처셀이 제출한 조인트스템 임상시험 자료를 심의한 결과 조건부 허가에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불허 방침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조건부 허가란 암이나 희귀질환 등을 치료하기 위해 긴급하게 판매 허가가 필요한 의약품은 임상 2상 결과만으로 시판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제도다. 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하루빨리 치료하기 위해 '임시 허가'를 내주는 것으로, 시판 이후 임상 3상 자료를 제출해야 최종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네이처셀 주가는 조건부 허가 기대감 속에 지난 한 주간 47.22% 폭등했다. 하지만 허가 불발 소식이 전해진 19일 하루 동안 30%(하루 최대 낙폭) 급락하며 곤두박질쳤다. 네이처셀은 회사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리고 "조인트스템 임상 실패가 아니다. 이번 결정이 규제 완화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열린 약심위는 "네이처셀이 제출한 임상시험 계획과 결과를 검토한 결과 조건부 허가가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임상에 참여한 환자 수가 다른 줄기세포치료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치료 효과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네이처셀은 미국과 국내에서 진행한 임상 2상 결과를 식약처에 제출했지만 임상에서 조인트스템을 투약한 환자는 13명에 불과했다. 회사에서 이의를 제기하면 같은 사항에 대해 재논의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약심위는 '재논의 필요 없음'으로 의견을 모았다. 사실상 현재 임상 결과만으로는 허가 불허 방침을 명백히 한 것이다.

약심위에 참석한 연구위원은 "회사 측이 환자들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지도 제출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세부 평가 기준이나 근거는 제출하지 않았다"며 "MRI 검사 결과를 신뢰하기도 어렵지만 이에 따르더라도 질병이 악화된 환자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는 "효과가 낮다는 일부 위원의 지적은 모든 자료를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한국과 미국에서 세 차례에 걸쳐 5개 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좋은 효과가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네이처셀이 임상 자료가 허가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허가를 신청해 투자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처셀은 지난해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를 위한 사전 검토를 신청했고 국내에서 실시한 임상 2상 결과가 허가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미국에서 추가 임상을 진행하고 다시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지만 판매를 승인하기에는 여러모로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라 대표는 옛 알앤엘바이오 대표 시절에도 줄기세포치료제 '바스코스템'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신청한 바 있고 당시에도 주가가 큰 폭 올랐다. 하지만 조건부 승인은 불허됐고 임상 자료를 보완하라는 식약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2013년에는 라 대표가 불법 줄기세포 시술과 주가 조작, 배임,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알앤엘바이오가 상장폐지되고 상당수 투자자가 피해를 입기도 했다. 2014년에는 식약처가 무허가 줄기세포치료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알바이오(알앤엘바이오)에 '제조업무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는데, 라 대표는 식약처를 상대로 2년 넘게 법적 공방을 벌인 끝에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조인트스템 허가 불발로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흔들리고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허가 심사가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약심위에 참석한 연구위원은 "다른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해 허가 여부를 결정할 때도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조건부 허가를 낼 때도 최소한 기존에 허가받은 제품에 적용한 기준에는 맞춰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줄기세포치료제 산업과는 상관없는 라 대표와 네이처셀이라는 회사에 대한 신뢰 문제"라며 "식약처 기준에 따라 임상 결과를 제출해 허가를 받고,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는 기업들까지 함께 매도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환자들에게 사용이 허가된 줄기세포치료제는 7개에 불과한데 이 중 4개가 국내 기업이 만든 제품이다. 파미셀이 2011년 7월 급성 심근경색 치료제 하티셀그램으로 첫 승인을 받았고, 메디포스트의 무릎 연골 손상 치료제 카티스템과 안트로젠의 크론병 누공 치료제 큐피스템, 코아스템이 루게릭병을 타깃으로 만든 뉴로나타 알주 등도 허가를 받았다.

[신찬옥 기자 /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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