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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전문]이일형 한국은행 금통위원 간담회 모두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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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이일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19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다음은 이 위원의 모두발언 전문이다.

<거시경제정책의 효율적 운영>

작년 기자간담회에서는 통화정책이 성장도 고려해야 하는 지에 대한 질문과 통화정책과 금융안정과의 연계성, 그리고 한국 경제가 글로벌 상황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는 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금년에는 거시경제정책의 두 축을 이루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조화의 유용성과 상호 연계성, 또 상기 정책을 운영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 발언 요점과 한국경제에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경제활동에 미치는 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경기 변동성의 원인에 따라 적절한 조화를 통해 거시경제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재정정책 기조를 계속 완화적으로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추경은 바람직한 것이고 적정 부문에 타기팅(targeting)이 잘 이루어진다면 거시경제 균형의 관점에서도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다음으로 거시경제정책은 구조개혁을 대신할 수 없고, 또 정책의 혜택보다 비용이 더 클 수 있으므로 (예:금융 불균형 누적 시 중기적으로 성장을 저해할 수 있음) 경제상황과 구조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금융 불균형은 통화정책과 더불어 규제 완화를 통해 증폭될 수 있습니다. 최근 부동산 규제강화 등을 통해 금융 불균형의 추가적 누적은 어느 정도 제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이미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정책기조를 더 유지하거나 변화할 경우 지불해야 할 대가와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단기 및 중기적으로 무엇인지 그 상충관계(trade off)를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비(非)기축통화국이며 소규모 개방경제의 경우 글로벌 경제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으므로 거시경제정책을 이행할 때 상대적 경쟁력과 구조적 차이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는 교역재부문(traded sector)대비 비교역재부문(non-traded sector)의 가격 및 임금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과 같이 비교역재부문 종사자들에게 비교적으로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은 바람직합니다. 이와 더불어 지속가능한 결과를 얻기 위한 해결책은 생산성 증대를 통한 시장에 의한 조절입니다.

1. 거시경제정책의 목표

통화정책(환율정책을 포함)과 재정정책으로 대변되는 거시경제의 목표는 경제의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축소하여 시장운영에 필요한 판단과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증대시켜 사회후생(social welfare)을 극대화하는 데 있습니다. 통화정책은 금리를 통하여 금융시장과 소비 및 투자의 인센티브(incentive)를 조정하여 성장과 물가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한편 재정정책은 정부정책 중에서 거시경제 운영에 관한 도구들, 즉 세율, 정부지출 및 재정흑자/적자 등을 통하여 경기를 조정하는 역할을 의미합니다. 후자의 경우 특정 부문에 타게팅(targeting)도 가능하여 경우에 따라 통화정책보다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거시경제정책은 그 성격 자체가 경기 변동성을 최소화시키는 데 유용하나 구조개혁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자원배분 행태에 영향을 주어 준 영구적(semi-perpetual) 결과를 초래할 수는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효율성은 이론과 실제를 구분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론적으로는 비(非)기축통화국이 변동환율제를 도입하는 경우에 독자적인 통화정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소규모 개방경제들의 경우 환율제도와 무관하게 독자적 통화정책 수행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납니다. 한편 재정정책의 경우 이론적으로는 소규모 개방경제 하에서 정책효과가 타국으로 파급(spill-over)됨에 따라 효과가 미약할 수 있지만, 실증분석을 보면 자국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두 정책의 전달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정책을 수립할 경우에 이런 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론적으로 보면 금리를 인하할 경우 내수를 진작하고 동시에 환율 절하가 수반되면서 수출에도 기여를 하게 됩니다. 반면에 확장적 재정정책의 경우 관련 비용을 시장에서 조달해야하기 때문에 금리를 상승시켜 환율이 절상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수출이 위축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국내경제의 회복과 더불어 수출에서 내수로 상대적 비중을 조정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연계성

보다 세부적으로 구분하면 재정정책은 경기변동성 축소에,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변동성 축소는 곧 물가안정에 기여하고 물가안정은 경기 변동성을 축소해 주기 때문에 두 정책이 함께 조화를 이룰 때 더 효과적으로 각자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직접적인 연계성은 재정적자의 비용을 어떻게 조달하며, 정부의 순(純) 저축을 어디에 보관하느냐에 따라서도 결정됩니다. 즉 정부의 저축을 시중은행에서 중앙은행으로 옮기는 그 자체가 금융시장에 긴축적 효과를 나타냅니다. 반면에 국외에서 채권을 발행하여 비용을 조달할 경우 지출 용도에 따라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와 같이 재정운영에 따라 거시경제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직접적으로 그 효과가 전이되기 때문에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불가분하게 연계되어 있습니다.

한 가지 예로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연계성이 잘 나타납니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짧은 기간을 제외하고는 2000년대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였습니다. 특히 위기 이후에는 중앙은행이 국채 및 MBS를 매입하며 장기금리를 낮추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추가적으로 이행하였습니다. 반면에 재정정책의 경우 세수의 변동이 경기에 민감한 관계로 자동안정화(automatic stabilizer) 역할이 상대적으로 크긴 했지만 그럼에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큰 충격에는 추가적인 재량(discretionary)정책이 필요했습니다. 즉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세수부족으로 재정적자가 확대된 상황이었지만, 실업률 상승이 과도하여 추가적인 재정지출이 요구되었습니다. 이후 하락하는 실업률에 대비하여 재정적자 규모가 보다 점진적으로 축소됨에 따라 재정정책의 기여가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금융위기의 충격에 대응하여 거시경제정책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서로의 효과를 극대화하였습니다. 특히 재정지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채권의 상당부분을 미연준이 매입하면서 시장에 주는 충격을 완화시켜 준 데서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 진행되는 과정 가운데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대내외적으로 급증하는 상황이었지만 이런 중앙은행의 채권매입은 추가적으로 장기금리 하락에도 기여하게 되었습니다. 연준 개입의 추가적 기여는 그 당시 금융기관들이 연준에 보유하고 있는 단기유동성 자금의 확대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3. 거시경제정책의 비용과 효율적 운영의 중요성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거시경제정책의 목적은 경기 변동성을 최소화하여 사회후생을 극대화하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거시경제정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혜택(benefit)뿐만 아니라 비용(cost)도 수반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통화정책의 경우 금융규제의 변화에 따라 그 혜택과 비용도 크게 영향을 받게 되므로 양자의 기여도를 구분하기 어려운 면이 있음은 유의해야 합니다.

소비심리 위축을 포함한 통상적 경기변동 요인에 의한 경기침체 시에는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이 비효율적 자원배분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나 구조변화가 수반되는 장기적 경기침체의 경우에는 거시경제 정책이 상당한 비용(cost)을 수반할 수 있습니다.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의 비용(cost)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민간부채 또는 정부부채의 급증입니다. 선진국의 경우 금융위기 이전에 완화적 통화정책에 더해 규제가 완화되면서 민간부문의 금융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경기를 과도하게 부양했습니다. 결국 금융위기가 발생하게 되었고 다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정부가 개입하면서 정부부채가 크게 증가했고, 특히 미국의 경우 민간부문의 디레버리징을 가능케 했습니다. 반면에 신흥국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풍부한 달러 유동성에 힘입어 민간부문의 부채가 빠르게 확대되며 경기를 부양했습니다.

물론 부채가 증가하는 현상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만약 부채증가가 수반된 정책을 통하여 중기적으로 더 높은 성장을 견인함으로써 물가가 목표치에 도달하고 GDP대비 부채의 비율이 하락하게 된다면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확장적 정책에 따른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때만 가능합니다. 만약 경기반등이 일시적이고 지속가능하지 않으면 경제에 부담을 가중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부채의 증가를 수반한 통화정책의 결과로 경기가 회복될 때 정책의 정상화(normalization)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면 정책의 효율성을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정책의 정상화를 무조건 지연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정책 이행 중에도 그 효과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주택시장의 활성화와 이에 따른 관련 사업자수 증가가 주택 과잉공급과 폐업자수의 증가로 나타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만약 이러한 결과들을 초래한다면 결국 사회적 손실로 이어지게 되므로 일시적 경기개선에 따른 대가가 과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통화정책과 마찬가지로 재정정책도 그 결과로 파생되는 비용(cost)이 무엇인지를 신중히 검토해야 합니다. 그 과정 가운데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구조적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흔히 고려되는 정부투자의 경우 우리나라가 도달한 성장단계에서 현재 여타 선진국과 유사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 상대적으로 GDP대비 높은 투자율이 수반되고 있습니다. 이는 현 시점에서는 더 많은 투자보다는 투자 효율성의 재고가 필요한 시기임을 의미합니다. 중국 정부의 과잉투자가 많은 부작용을 유발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례입니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특정 상황에서는 저금리 지속에 따른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요컨대 거시경제정책을 수립·이행할 경우 효율성 증대를 위해 경제의 구조적 현황을 확실히 파악해야 하고 또한 정책기조를 더 유지하거나 변화할 경우 지불해야 할 대가와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단기 및 중기적으로 무엇인지 그 상충관계(trade off)를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4. 글로벌 경제 안에서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경우 정책수립에 있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 요인들과 더불어 글로벌 경제의 일원으로 어떤 외생변수를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우리 경제를 보면 지난 5년 동안 수출의존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낮아지며 평균 경제성장률이 4.9%에서 2.8%로 하락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OECD국가의 평균성장률과의 갭이 좁혀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소폭이나마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어 실질실효환율의 절상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플레이션은 여타 국가들과 거의 일치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명목환율의 하락(원화 절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 경제는 여타 신흥국과 비교했을 때 시장환율로 계산한 GDP가 PPP로 계산한 수치보다 크게 높게 측정되고 있습니다. 이는 글로벌 평균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교역재부문(traded sector)대비 비교역재부문(non-traded sector)의 상대가격이 현저하게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참고로 선진국은 양자의 상대가격이 세계평균과 유사하고 신흥국은 우리와 반대로 교역재부문의 상대가격이 더 낮습니다. 이는 신흥국이 세계경제에 진입하면서 비교역재부문의 임금이 글로벌 수준으로 빠르게 상승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경우 제조업 임금은 OECD 평균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나 2000년대와는 달리 단위노동비용(unit labor cost) 상승률이 더 가팔라서 상대적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에 비해 우리의 수출물량 증가율이 세계 무역물량 확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과도 관련됩니다.

상기 현상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생산성 증대가 부재한 가운데 교역재부문의 임금상승률이 더 빨라진다면 경쟁력이 하락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실질 및 명목 환율이 점차 하락(원화 절상)하면서 수출성장을 저해할 것입니다. 만약 임금상승이 인플레이션에 전이된다면 명목환율이 그 만큼 더 하락하면서 같은 결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다만 두 가지 경우 모두 비교역재부문 임금의 상대적 실질구매력이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내수도 함께 약화될 것입니다.

이상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경제구조의 정확한 이해와 글로벌 경제의 일원으로 고려해야할 요소들에 기초하여 거시경제정책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떤 결과를 유발할 것인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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