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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동걸 산은회장, 고용 부담에 기업구조조정 속도 늦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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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금타 집중…대우건설·KDB생명 2년간 안 판다"

구조조정 후퇴 우려에 "뱅커 측면서만 비판 안타깝다"

뉴스1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왼쪽)과 성주영 구조조정부문 부행장./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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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대우건설과 KDB생명을 향후 2년간 매각할 뜻이 없다고 밝히면서 강력한 구조조정 드라이브에도 제동이 걸렸다.

역대 산은 회장들이 임기 초 구조정에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다 자회사 매각을 미루고 보유하는 방식을 택한 것을 고려하면 보다 적극적인 매각 추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좋은 조건 아니면 정상화에 집중" vs "현안 많지만 적극 매각 나서야"

19일 산은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대우건설과 KDB생명은 향후 2년 동안은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 사이에 누군가 좋은 조건으로 사겠다고 하지 않는 한 정상화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매각한다면 조직이 흔들리고 영업도 잘 안 돼 결과적으로 매각 가치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어 구조조정과 경영쇄신을 우선으로 한다는 취지라고 산은은 설명했다.

이 회장의 이번 발언은 우선 회사 정상화에 주력하고 대우건설과 KDB생명을 내실화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갖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현안과 시간상의 이유로 구조조정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산은을 둘러싼 여건이 그리 녹록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회장이 직접 2년이라고 기간을 정한 것은 사실상 임기 내에 대우건설과 KDB생명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부임 후 6개월 동안 대우건설 매각 무산, 한국지엠 사태 등 산은 책임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당분간 GM과 금호타이어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당분간 GM 본사와 주어진 권한에서 최대한 생산적인 결론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금호타이어 노조와 만나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

◇"근로자 사회안전망 갖춰야", 구조조정 속도에 "안타깝다"

이 회장은 이밖에도 한진중공업, 현대상선 등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사도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회장은 "어떤 분야의 구조조정이든 정부 차원에서의 '밑그림'이 절실하다"며 "정부에서 방안을 마련해야 그걸 토대로 구조조정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이 정부의 밑그림을 강조한 것은 정부의 제1과제가 '고용'이라는 점과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 정부의 일자리 중심 정책에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이 전제되지 않으면 매각 시 가격경쟁력도 떨어져 쉽사리 산은이 매각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이 회장은 "기업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려면 근로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갖춰져야 한다"며 "실업 급여나 재취업 프로그램 같은 사회 안전장치를 마련해달라"며 기업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취임 뒤 반년간 진행한 구조조정에서 노조의 반발에 계속 부딪히는 것에 대해서도 "'회사를 나가면 죽음'이라는 표현도 그만큼 힘들다는 것이기에 노조의 반대를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조선이든 어디든 구조조정을 하려면 경우에 따라 도려내야 살 수 있는데 그 과정이 굉장히 어렵다"며 "산은의 구조조정은 순수한 뱅커 입장이라기보다 정부의 브랜치로서 책임을 떠안는 성격이 강한데, 뱅커 측면에서만 평가하고 비판할 때가 많아 직원들이 위축되고 구조조정에 선뜻 나서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ddakb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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