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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취재수첩] 지지부진 공매도 대책에 피멍 드는 개인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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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5000억원에 가까운 공매도가 말이 됩니까. 백번 양보해서 공매도의 순기능을 인정한다 해도 현실에서는 이를 능가하는 역기능이 훨씬 더 심각합니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만 공매도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공매도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제도입니다.”

최근 만난 한 셀트리온 주주는 공매도의 해악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공매도 세력을 피해 코스피로 이전한 셀트리온은 코스피에서도 여전히 공매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이전한 2월 9일부터 3월 14일까지 공매도 거래량은 683만4908주, 누적 공매도 거래대금은 2조2801억원에 달한다. 셀트리온 주주들은 청와대에 공매도 적법성을 조사해달라는 국민청원을 낸 상태다. 일주일 만에 1만5000여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일부 극성 주주들의 밥그릇 챙기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현행 공매도 제도에는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해외 유상증자를 활용한 외국인들의 무위험 차익거래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 유상증자가 발표되면 해당 기업에 대규모 공매도를 한 뒤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하락해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격이 떨어지면 할인된 가격에 신주를 받아 빌린 주식을 갚는 방식이다.

올 1월 싱가포르에서 1조원 규모의 해외주식예탁증서(GDR)를 발행한 카카오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16만원 선까지 올랐던 카카오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이후 집중된 공매도 공세에 13만원대까지 내려앉았고, 결국 자금 조달 소식에 반가워하며 카카오 투자를 늘렸던 개인투자자들만 외국인 손에 놀아난 꼴이 됐다.

금융당국은 현행 공매도 제도의 허점을 인정하면서도 대책 마련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지난해 3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제도를 도입했지만 처벌 수위가 약하고 공매도 기준이 너무 느슨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공매도 문제의 핵심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지금부터라도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진입 문턱을 낮춰 기관·외인 투자자들과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바꿔나가야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다.

매경이코노미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0호 (2018.03.21~2018.03.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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