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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소득·직장 있어야 연애할까? 한국 청년 'YES' 일본 청년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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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연 연구팀, 한·일 청년 비교 분석 공개

직업 종류·안정성도 연애 여부에 영향 미쳐

결혼 시기 결정에는 분가·자립이 중요 변수

비 대도시서 진학으로 분가한 남, 결혼 빨라

정부의 연애 주선엔 한국 '싫어' 일본 '괜찮아'

"청년 위한 주거 지원, 기업간 격차 완화 필요"

중앙일보

지난해 연말 명동 거리가 젊은 커플들로 가득 차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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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성은 'YES', 일본 남성은 'NO'.

소득과 직장이 이성 교제에 영향을 미칠까? 한국·일본 청년의 생각이 이렇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결혼이 가능하고, 결혼 시기에는 분가와 자립이 큰 변수로 작용하는 점은 양국이 비슷했다.

이웃 국가 한ㆍ일 청년들의 경제적 자립과 연애ㆍ결혼 등 가족 형성에 대한 생각은 같은 점도, 다른 점도 많았다. 조성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팀은 19일 이러한 내용의 통계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한국의 15~30세 남녀를 조사한 ‘청년 패널’과 일본의 18~70세 남녀가 대상인 ‘결혼과 가족에 관한 국제비교조사’ 자료를 활용했다.

직장과 소득 등 경제적 요인이 이성 교제에 미치는 영향은 양국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일본 남성은 경제적 요인이 이성 교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봤다. 연구팀은 대인관계에서의 능력이나 가치관이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한국 남성은 소득, 대기업 근무 같은 경제적 능력이 연애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취업 남성의 35%(2012년 기준)가 이성 교제를 한다고 응답했지만, 비취업 남은 26.4%만 연애 중이었다. 일본은 비취업 남(31.1%)이 취업 남(29.2%)보다 이성 교제 비율이 더 높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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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청년 희망 일자리 박람회'에 참석한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를 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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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종류, 안정성도 연애를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양국 남성 모두 정규직일 때 이성 교제 비율이 가장 높았다. 반대로 비정규직은 이성 교제하는 경우가 제일 적었다. 특히 한국 남성에선 사무직과 관리ㆍ전문직의 이성 교제 비율이 가장 높은 편이었다. 또한 공공기관ㆍ공무원(55.4%), 대기업(50.4%)에 종사할 때 절반 이상이 연애를 했다. 하지만 일본 남성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되려 소기업, 개인사업장에서 일할 때 이성 교제 비율이 높았다. 조성호 부연구위원은 "일본의 개인사업자들은 오랫동안 일을 하고 소득이 어느 정도 있다. 이러한 특징이 조사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향은 연애를 넘어 결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자리 안정성 등 경제적 자립과 결혼의 관련성은 한국이 일본보다 더 강하게 나타났다.

결혼 시기를 결정하는 데는 양국 모두 따로 나가서 사는 지가 중요했다. 경제적 자립을 통해 부모 곁을 떠나면 초혼 시기가 전반적으로 앞당겨졌다. 일본 남성은 대도시 출신이고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에 결혼이 제일 늦었다. 만혼화ㆍ비혼화 속에서 부모와 같이 살면서 높은 경제적 수준을 누리는 '패러사이트 싱글'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한ㆍ일 남성 모두 비(非) 대도시 출신으로 진학을 위해 분가했다면 결혼 시기가 가장 빨랐다. 일찍이 분가한 남성이 결혼도 상대적으로 먼저 한다는 의미다. 조성호 부연구위원은 "한ㆍ일 모두 진학을 위해 부모와 따로 살게 된 남성이 도시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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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긴자 거리를 지나는 인파.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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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한ㆍ일 20~30대 청년을 각 16명씩 심층 면접했더니 심리적 차이가 두드러졌다. 한국은 청년을 ‘슬프다’ ‘힘들다’ 등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의 상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이성 교제, 결혼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상대적으로 청년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청년이면 실업의 이미지가 고정화되는 느낌이 있어요. 제 친구 중에서도 아직 취직 못 한 애들이 되게 많거든요.”(한국 D씨, 30세 남성)
“청년은 뭔가 점잖고 어른스러운 이미지가 있어요. 그런데 TV에선 요즘 젊은이가 뭐라 뭐라고 하는 마이너스적인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거 같아요.”(일본 B씨, 24세 여성)


경제적 자립에 대한 생각도 엇갈렸다. 한국에선 대개 자립의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일본은 ‘결혼하면 어차피 독립할 텐데 굳이 돈이 드는 독립을 빨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무조건적으로 (자립을) 일찍 하면 할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되게 만족하거든요. 이전에는 용돈을 받았으니까 제가 떳떳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한국 H씨, 22세 여성)
"결혼하게 되면 나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전에는 굳이 필요할까. 꽤 돈도 들고. 회사가 부모님과 가까운 곳에 있다면 굳이 나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일본 F씨, 26세 남성)


가족 형성에선 한국 여성이 특히 결혼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이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미혼 남녀를 주선하는 데 대해선 한국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개인의 선택이지 국가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일본은 반대로 긍정적인 경우가 많았다. 만남 행사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접근할 수 있는 사이트가 훨씬 편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렇게까지 해서 만나야 하나. 국가가 나서서 한다고 하니까 부담스러운 느낌도 있는 거같아요."(한국 A씨, 29세 여성)
"얼마 전에 시 청년회의소에서 주최한 행사에 참가했습니다. 최근엔 혼활(혼인 준비)이라고 여러 정보가 많이 도는 거 같아요."(일본 A씨, 34세 남성)


다만 결혼과 돈에 대해선 양국 청년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결혼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결혼을 할 수 있다고 하잖아요. 그렇지 않은 여자를 남자가 만나기 힘들겠죠."(한국 B씨, 29세 남성)
"집세와 생활비를 부담할 수 있는 정도면 결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게 안 되면 무리고요. 정규직이어야 하지 않을까요."(일본 E씨, 26세 여성)


연구팀은 청년층의 경제적 자립과 결혼, 가족 형성을 돕기 위해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 부연구위원은 "청년층을 위한 대기업ㆍ중소기업 격차 완화, 주거 지원, 청년 관련 통계 보완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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