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핵ZONE맛집]'오늘은 또 무엇이 나올까' 랜덤의 미학(味學) 백반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이주상·이우석·황철훈기자] 한식 중 가장 ‘집밥’을 닮은 것은 백반이다. 흰 쌀밥을 뜻하는 백반(白飯)은 원래 찌개 백반이나 불고기 백반, 생선구이 백반 등에서 나온 말이지만, 지금은 집에서 차려주는 한상차림을 뜻한다. 그래서 대구나 부산 등 영남지방에선 백반보다는 정식(定食)이라고 부른다. 백반은 랜덤(Random)의 미학이 깃들어있는 식문화다. 그날 그날 장봐서 만들어놓은 반찬에 국과 밥을 내오는 방식이라 늘 똑같지 않다. 미리 주방에서 정해놓은 ‘오늘의 메뉴’이기에 고민할 것없이 빠르고 간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혼밥’을 즐기기에도 좋다.

한정식보다는 단촐하지만 이것저것 갖은 반찬에 거뜬하게 한끼를 즐길 수 있는 백반, 어쩌면 집 밖에서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집밥이라 할 수 있겠다. 맛있는 음식솜씨로 소문난 서울.수도권 주요 백반집을 소개한다.

스포츠서울

경기도 고양시 ‘산들 가정식 백반’의 백반 6000원.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산들 가정식 백반’ =
경기도 고양시 탄중로 인근 중고등학교가 밀집된 곳에 ‘산들 가정식 백반’이라는 음식점이 자리 잡고 있다. 저녁 늦게 찾았지만 식당에는 오손도손 사람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집 메뉴는 단 하나, 백반 밖에 없다. 처음에는 여러 종류 메뉴가 있었지만 이제는 백반 한 종류만 취급한다.

메뉴가 단순하지만 식당은 하루 종일 손님들로 붐볐다. 어머니가 만들어준 것 같은 정성이 깃든 밥과 반찬 때문이다. 반찬의 종류는 12가지. 반찬에 밥과 소고기 고깃국이 더해지고 당일에만 공급되는 특식 요리가 따로 나온다. 이날의 특식요리는 제육볶음. 양념까지 합치면 한상에 18개의 각기 다른 색깔들의 접시들이 어우러져 식탁을 휘청거리게 할 정도다. 가격도 6000원으로 저렴하다.

넉넉하고 푸근한 미소의 박형자 사장은 “29년 전에 문을 열었다. 학생들이나 공사 노동자들이 많이 찾는다. 공부와 일에 지친 사람들에게 맛있고 영양가 높은 것을 제공하고 싶었다. 맛있게 드신 후 환한 미소로 ‘너무 맛있었어요.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노동자들은 인근에 산들 식당이 있어 공부와 일에만 열중할 수 있다고 한다. 어머니와 아내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는 것 같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일부러 산들을 추천할 정도로 어머니들에게 믿음을 주고 있다. 산들은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영업한다. 매일 오전 6시30분에 문을 열고 오후 9시 30분에 닫는다. 의자가 있는 식탁이지만 식당에 들어서면 신발을 벗어야 한다. 손님들이 추울까봐 바닥을 난방처리했기 때문이다. 발바닥으로부터 전해지는 온기와 함께 입으로 들어오는 어머니의 정성, 산들의 피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이다.

★가격=산들 가정식 백반 6000원.

스포츠서울

당인식당 반찬(위)과 오늘의 국(육개장), 다섯가지 나물밥, 시래기밥(왼쪽부터)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서울 마포구 당인동 ‘당인식당’=서울 당인리발전소 인근 골목에 자리한 당인식당은 건강한 밥상을 차려내는 백반집이다. 푸짐한 양과 가짓수로 승부하는 집이 아닌 건강한 먹거리를 이용해 소박하고 정갈하게 차려내는 집이다. 외관 또한 일반 백반집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담쟁이 넝쿨을 두른 외벽과 독특한 분위기가 카페를 연상케 한다. 식당 입구는 ‘당인식당’이란 간판과 함께 계단이 이어진다. 2층에 자리한 식당에 들어서자 깔끔하게 정돈된 실내와 오픈 주방이 눈에 들어온다.

이 집의 또 하나 특징은 점심과 저녁 메뉴가 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점심에는 백반과 나물밥, 시래기밥을 파는 식당이지만 저녁에는 술과 함께 육전과 어전 등 다양한 종류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주점으로 변신한다. 이 집 백반은 매일 바뀌는 국과 함께 다양한 종류의 밑반찬이 차려진다. 기자가 찾은 날은 갓 지은 밥과 함께 육개장, 배추김치, 김, 건새우 볶음, 파래무침, 브로콜리와 파프리카, 향긋한 달래 양념장이 올려진 달걀 두부 부침을 차려냈다.

각각 반찬은 재료 본연의 맛이 느껴지는 건강한 맛으로 주인장의 정성이 느껴진다. 간과 양념 또한 과하지 않아 자극적인 입맛에 익숙한 이들에겐 다소 싱겁거나 밍밍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이 집의 가장 큰 경쟁력은 건강한 식재료다. 이 집은 모든 식재료를 전국 오일장과 강원도에서 직접 공수해 쓴다. 여기에 주인장의 정성과 손맛이 더해져 명품 밥상을 만들었다.

★가격=오늘의 국&한끼 식사 8000원, 시래기밥·다섯가지 나물밥 8000원

스포츠서울

방랑부엌 점심뷔페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방락부엌 한식뷔페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서울 마포구 망원동 ‘방랑부엌’=서울 망원동에 자리한 방랑부엌은 일반 백반집과 달리 각종 음식을 뷔페식으로 차려내는 일명 한식뷔페집이다. 김치를 비롯해 각종 무침과 조림, 잡채 등 다양한 반찬은 기본이고 여기에 젊은 층 취향저격 메뉴 ‘떡볶이’, ‘탕수육’까지 차려낸다. 뷔페식으로 차려진 식탁은 각자 취향대로 맘껏 골라먹는 재미를 더했다.

푸짐한 상차림에 감탄하고 착한 가격(6000원)에 감동한다. 주요 반찬과 국은 매일 새롭게 바뀐다. 매일 점심때마다 “뭘 먹지?” 하는 고민을 “오늘은 무슨 요리가 나올까?” 라는 기대감으로 바꿔주는 식당이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주인장이 활기찬 목소리로 반긴다. 푸짐하게 쌓아 올린 각종 반찬이 맛깔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이날의 반찬은 어묵 조림을 필두로 시금치 무침, 도토리묵, 깍두기, 볶은 김치, 해물파전, 도라지·오이무침에 메인 메뉴로 장조림과 닭 간장 조림이 나왔다. 여기에 구수한 배추 된장국과 건강까지 생각한 센스만점 잡곡밥, 디저트로 식빵 튀김까지 뭐하나 부족함이 없다. 호텔 뷔페 부럽지 않은 상차림을 단돈 6000원에 맛볼 수 있다니 그저 황송할 따름이다. 이 집의 상차림은 메뉴 구성과 가짓수도 훌륭하지만, 맛 또한 일품이다. 바지런한 주인장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음식들은 마치 어머니가 차려주신 집밥을 먹는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가격=점심 6000원

스포츠서울

화려하지는 않지만 반찬 하나하나 맛좋은 연남식당 백반.



●서울 마포구 연남동 ‘연남식당’=내로라하는 기사식당이 몰려있는 연남동 어귀에 백반집 ‘연남식당’이 오롯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변은 나날이 번창해서 젊은 셰프들의 가게가 들어서고 있는데도 낡은 유리문은 변함없이 열고 닫힌다. 점심을 후딱 먹고 쉬려는 인근 직장인, 배고픈 학생, 혼자 사는 싱글족 등 다양한 손님이 연남식당을 찾는다.

뭐 보기엔 별것 없다. 그냥 국 하나에 묵은지 김치, 그리고 10여가지 반찬 정도. 으리으리 차려내는 집들에 비하면 그리 신통찮은 인상이다. 하지만 정말 집에서 어머니가 차려주는 집밥과 꼭 닮아있다.
스포츠서울

남기면 혼날 것처럼 정말 집에서 먹는 기분을 주는 연남식당.



설렁설렁 끓인 것 같지만 입맛에 짝짝 들어맞는 김치찌개(이날은 돼지고기를 뭉텅 썰어넣은 김치찌개를 국으로 냈다). 메인이라 할 수 있는 가자미와 고등어 구이가 각각 반토막 씩. 반찬용 잡채와 생굴 무침, 계절에 딱 맞는 시금치 나물에 콩자반. 그리고 집밥을 상징하는 계란프라이와 김.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가짓수가 나오느냐가 아니다. 어느 하나 젓가락이 가지 않는 것이 없어야 한다. 그야말로 싸그리 비웠다.

국이며 반찬이며 집에서처럼 더 달라면 갖다준다. 직접 치우지 않고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만 빼면 우리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과 영락없이 닮았다. 상차림은 매일 달라지니 방금 먹고도 내일이 또 기대되는 집이다.

★가격=백반 6000원.
demory@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