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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한국이 베트남銀 사가라"…부실채권에 '손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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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베트남을 가다下⑤

베트남 중앙은행 국유화 3곳 중 오션뱅크는 일본이 인수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도 물밑 인수 접촉

부실채권 불확실성에 발목

이데일리

[하노이(베트남)=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베트남 현지 상업은행수는 국영과 민영을 합쳐 35곳. 전체 시장 점유율 45% 가량을 장악하고 있는 상위 4개사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저축은행 수준의 영업행태를 보이고 있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제대로 영업을 하지 않고 법인만 살아남은 곳들도 많다. 베트남 정부가 은행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공적자금 투자 여력이 없는 베트남 정부는 M&A(인수합병)을 통한 구조조정을 장려, 특히 베트남 투자 1, 2위를 달리는 한국과 일본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형 금융지주사들은 인수 타당성을 검토했다. 하지만 잠재 부실 규모에 대한 우려로 선뜻 나서지는 못하는 사정이다.

베트남의 부실채권(NPL) 규모는 정확한 수치를 가늠하기 힘들다. 드러난 부실채권 규모는 8% 수준이지만, 10%대가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추가 대출로 연명시켜 정상채권으로 분류해놓은 곳들이 많아 부실의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부실의 원인으로는 베트남의 주요 기업들이 은행을 소유하고 있어 은행이 사금고화된데다, 은행간 상호출자 문제, 부동산 난개발, 감독기관인 베트남 중앙은행(SBV)이 상업은행을 소유하는 독특한 지배구조 등이 꼽힌다. 은행에 대한 대대적 구조조정에 들어갈 경우 뱅크런, 연쇄 부실 등으로 금융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지난 2011년 은행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2017년까지 은행수를 15개로 줄이기로 했음에도 지난해 말 기준 상업은행 수는 여전히 35개에 달한다. 이 기간 사정은 더욱 악화했다. 지난 2015년 베트남 중앙은행은 자본잠식에 빠진 베트남 건설은행(VNCB·2월), 오션뱅크(4월),GP은행(7월)을 차례로 전 주식을 0원에 강제 수용해 국유화하고 민영화를 추진 중이다. 이 중 일본은 베트남 최대 은행이자 최고의 부실기관으로 이름난 오션뱅크를 인수하려하고 있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한국 정부에 나머지 은행들의 인수의사를 꾸준히 타진하고 있지만 국내 은행들은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부실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한국계 은행들은 지점이나 법인설립을 통한 현지화에 더욱 방점을 두고 있다. 홍성미 법무법인 광장 하노이사무소 변호사는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모두 인수의사를 타진해오긴했지만, 베트남 은행들의 부실채권 문제 등으로 선뜻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면서 “베트남 정부가 원하는 기업가치에 대한 눈높이차는 물론 기업가치 검증에 대한 이슈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베트남정부가 소유한 아그리뱅크(Agribank)도 2016~2020 민영화 계획에 포함돼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고, ACB, BIDV, 비에띤(Vietin)·새콤(Sacombank)·아그리(Agri)·테크콤(Techcom) 등 NPL 처리 촉진을 위한 시범지원은행으로 선정된 6개 상업은행도 구조조정 가능성이 큰 곳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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