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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세상의 모든 부모가 겪는 `한바탕 씨름` 어린이집 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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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아이를 위해서`라는 말에 어느 부모가 토를 달겠냐만은 어린이집 적응 기간엔 엄마도 힘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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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엄마 잡학사전-35] "엄마 애들 어린이집 보내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어?" 친정엄마에게 물었다. "애를 쉽게 키우는 줄 아니." 엄마가 답했다. 둘째를 낳고 육아휴직에 들어가기 전까지 친정엄마는 일하는 딸을 대신해 손주 어린이집 등하원을 도와주셨다. 곤히 자는 아이를 새벽같이 차에 태워 친정에 데려다주는 것도 버거웠던 나는 새삼 친정엄마에게 미안해졌다. 애들을 어린이집에 보낸 후 놀이터에 앉아 수다 떠는 엄마들이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리는 나보다는 덜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큰 오산이었다.

네 살 된 첫째와 만 6개월 된 둘째는 이달 초부터 새로운 어린이집에 다닌다. 첫째는 다니던 어린이집이 폐원해 할 수 없이 옮겼고, 둘째는 마침 첫째와 같은 어린이집에 자리가 났다고 해 조금 이르지만 보내기로 했다. 처음 일주일 동안은 1시간씩 엄마와 함께, 다음 일주일은 엄마 없이 1시간씩 어린이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이가 둘이라 나는 이쪽 저쪽을 오가며 아이들이 낯설지 않도록 놀아줬다. 주말에는 어린이집 앞 놀이터에 데리고 가 어린이집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했다.

아직 어린 데다 낯을 잘 가리지 않는 둘째는 어린이집 적응이랄 것도 없이 비교적 잘 지내줬지만 첫째는 달랐다. 잘 놀다가도 불현듯 엄마를 찾았고 둘째 반에 찾아와 나와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도로 집에 가고 싶다'며 울어 40분을 설득한 후에 들여보내기도 했다. 애 둘을 혼자 보기 힘들어 첫째는 2주째부터 적응 시간을 점차 늘렸다. 둘째를 데리고 먼저 집에 왔다가 첫째가 엄마를 찾는다는 전화를 받고 어린이집에 달려가기를 2주 동안 하다 보니 아이보다 내가 더 지쳤다.

"다음주는 어떻게 되나요?" 아침마다 아이들보다 한두 시간 일찍 일어나 어린이집 보낼 채비를 하고, 집에 와서는 아이들 밥 먹이고 이유식 만드는 데 지친 나는 선생님에게 물었다. 내심 적응 기간이 끝나고 정상 등원해도 된다는 대답이 듣고 싶었다. "다음주부터는 2시간씩 있다가 가면 돼요." 둘째 담임 선생님의 답변은 실망스러웠다.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어 애 둘을 태워 다니는 것도 버거운데 일주일 더 적응 기간을 갖는다니 막막했다. 첫째와 둘째의 하원 시간이 달라 나는 하루에도 서너 번 어린이집에 다녀온다.

아이를 좀 더 맡기고 싶다고 하니 오후 2~3시까지는 가능할 것 같단다. 우리 아이는 둘 다 종일반으로 오후 7시 반까지 보낼 수 있다. 이쯤 되니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상 근무 중인 맞벌이 부부에게 이 적응 기간은 과연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기간인가. 아이를 직접 돌보기 어려워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데 적응 기간이 3주나 돼 부부가 돌아가며 휴가를 쓴다는 얘기는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아이를 위해서'라는 말에 어느 부모가 토를 달겠느냐만은 어린이집 적응 기간엔 엄마도 힘들다. 선생님도, 어린이집도, 같은 반 엄마들도 새롭다. 밤마다 손수건과 옷 등에 아이 이름을 적으며 준비물을 챙기고 엄마들과의 단톡방에서 맞장구치며 아침마다 출산 후 잘 안 하던 화장도 한다. 엄마의 단정하지 않은 모습에 혹 내 아이를 쉽게 볼까봐 옷 매무새도 가다듬는다. 부디 적응 기간이 빨리 끝나 모든 것이 정상화되길 바라본다.

[권한울 프리미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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