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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다빈치’에 도전장 낸 ‘레보아이’… 의료계 4차혁명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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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로봇수술 등 도입 활발

동아일보

한 의사가 행사장에서 최근 출시된 국산 로봇수술기기인 레보아이를 작동하고 있다. 미래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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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의료계에도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의료계의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로봇수술, 헬스케어 등으로 대표된다.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병원추진단 이언 단장은 “전 세계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노인 인구의 증가와 이로 인한 의료비 부담을 해결해야 한다”며 “그 해답이 인공지능과 헬스케어 등에 있다”고 했다.

암 환자에게 최적의 암 치료법을 알려주는 인공지능 왓슨은 2016년 12월 가천대 길병원을 시작으로 전국 8개 병원이 도입했다. 지난해 길병원에서 이뤄진 의료진과 왓슨의 대장암(결장암) 환자 의견 일치율은 78.8%였다. 이 단장은 “의료계의 큰 현안인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나 과잉진료 문제의 해결책은 인공지능이 제시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환자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치료법을 알려주는 인공지능형 ‘사이앱스’를 최근 도입했다. 왓슨과는 달리 사이앱스는 일종의 인공지능 적용 첫 플랫폼으로 왓슨처럼 ‘사용료’를 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시스템(플랫폼)을 통째로 들여왔다. 비용만 27억 원에 이른다. 암 환자의 유전자 정보를 사이앱스에 입력하면 환자에게 가장 알맞은 치료법을 자동 분석해 알려준다.

최근엔 암 치료법뿐 아니라 항생제 처방도 인공지능이 알려주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고려대 의료원은 지난해 SK C&C와 왓슨 기반의 인공지능 에이브릴을 활용해 ‘항생제 처방 어드바이저’를 공동 개발하기 위한 사업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안으로 임상을 마무리하면 늦어도 내년 초 환자 진료에 인공지능이 처방하는 항생제를 사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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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손장욱 교수(오른쪽)가 인공지능 항생제 처방 프로그램인 에이브릴을 활용해 의료진과 상의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손장욱 교수는 “한국은 항생제 사용량이 세계적으로 매우 높다”며 “인공지능 에이브릴을 본격적으로 사용하면 환자에게 적정량을 투입해 항생제 내성균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브릴 항생제 어드바이저는 감염병과 항생제 관련 국내외 논문과 가이드라인, 약품 정보, 보험 정보 등 방대한 양의 의료 문헌과 고려대 의료원의 치료 케이스 및 노하우를 학습한 뒤 환자 증상에 맞는 항생제 추천 정보를 의료진에 제공한다.

로봇수술 분야에선 다빈치가 대표 주자다. 전 세계적으로 20년 가까이 이 분야를 독점하고 있다. 여기에 ‘레보아이’라는 복강경 수술로봇이 도전장을 냈다. 14일 레보아이는 공식적 시판을 알리는 출시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

복강경 로봇수술은 환자의 몸에 1cm 미만의 구멍을 낸 뒤 4개의 로봇팔을 삽입해 의사가 3차원 영상을 보며 세밀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전립샘암, 갑상샘암, 자궁암, 위암, 직장암같이 정교한 수술이 필요한 분야에 널리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조 허가를 받은 레보아이는 2007년 개발을 시작해 산업통상자원부와 연세대 의료원,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 KAIST, 전자부품연구원, 삼성전기 등 여러 기관의 지원과 협업으로 완성했다.

수술로봇의 국산화로 수술비용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레보아이의 수술비용은 기존 수술로봇보다 42%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복강경 수술로봇 시장은 매년 15%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존슨앤드존슨, 메드트로닉 등 미국의 대형 의료기기 회사가 1, 2년 사이 신제품 출시를 예고했다. 영국과 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도 앞다퉈 복강경 수술로봇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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