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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사흘간 10만명 몰린 로또아파트, 부동산 다시 들썩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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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에 마련된 디에이치자이 개포 모델하우스 앞에서는 지난 주말(16~18일) 내내 해 뜰 무렵부터 해 질 무렵까지 1㎞가 넘는 '인(人)의 행렬'을 볼 수 있었다. 기다림에 지친 일부 방문객이 건설사에 항의하는 상황도 수차례 빚어졌다. 사흘간 4만6000여명이 모델하우스를 보고 갔다. 같은 기간 과천 위버필드 모델하우스에는 2만7000여명이 몰렸고, 논현 아이파크에도 2만여명이 다녀갔다. 이번 주 청약하는 강남권 3개 단지 모델하우스에만 주말 사흘 사이 10만명 가까이 몰린 것이다.

조선비즈

“로또아파트 나도 한번 보자” -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디에이치자이 개포’모델하우스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행렬이 구불구불 1㎞가량 이어져 있다. 주말 사흘(16~18일) 내내 이런 상태였다. 이 단지 총 4만6000명을 포함해, 강남권 3개 단지 모델하우스에 총 1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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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강남권 청약 일정이 집중된 이번 주가 서울 아파트 시장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결과에 따라 진정세로 접어들던 아파트 시장에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명분으로 분양가를 무리하게 규제한 탓에 탄생한 '로또 아파트'가 오히려 집값 불안정 원인으로 작용하는 '규제의 역설(逆說)'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약 과열 땐 아파트값 다시 오를 수도

정부가 올해 들어 아파트 재건축을 전방위로 압박하면서,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은 상승세 둔화 조짐이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조사업체 '부동산114'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 주간(週間) 상승률은 지난달 9일 0.57%이던 것이 이달 16일엔 0.26%까지 낮아졌다. 특히 상승폭이 5주 연속 줄고 있다. 연초 1주일에 1%씩 오르던 재건축 아파트값도 최근엔 주간 상승률이 0.1~0.2%까지 떨어졌고,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장기전(長期戰)이 예상되는 아파트 중에서는 가격이 2억원씩 내린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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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남권 3개 모델하우스에 쏠린 수요자 관심이 실제 청약 결과로 이어질 경우 이런 분위기는 한순간에 반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른바 '공표 효과(announcement effect)'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기록적인 청약자 수나 청약경쟁률이 발표되면, 그 효과로 관심이 없던 사람까지 시장에 끌어들이게 된다"고 말했다.

작년 9월 청약자 1만6472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168대1'을 기록했던 신반포센트럴자이의 모델하우스 오픈 첫 주말 3일 방문객 수는 2만5000여명이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 '수십 대 1' 등의 수치가 매스컴을 타면, 일단 서울시내 신축 아파트 가격은 당장 들썩일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 규제로 최근 최대 2억원까지 떨어진 강남의 노후 재건축 아파트값도, 규제 효과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로또 아파트 논란 자체가 정책 실패"

실제로 최근 2~3년간의 주택 경기 호황 국면에서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할 때마다 '청약'은 그 자체로 불쏘시개 역할을 해왔다. 작년에도 그랬다. 수도권 주택시장은2016년 11·3 대책 효과로 1~2월 상승률이 미미했지만, 4~5월 한강메트로자이(경기 김포시), '보라매SK뷰'(서울 영등포구) 등 분양에 청약자가 각각 2만여명과 1만여명이 몰리며 본격적으로 재가열됐다.

작년 8·2 대책 이후에도 9월 분양한 신반포자이가 평균 168대1 경쟁률을 기록하며 시장에 다시 불을 지폈다.

정부도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3일 이례적으로 보도자료에 특정 단지(디에이치자이 개포)를 지목하며 "당첨자의 위장 전입 여부를 현장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도 '시장에 겁을 줘서 청약자를 줄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청약자 수나 경쟁률이 '기록적인 수준'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중도금 대출이 막혔기 때문이다. 정부가 작년 8·2 대책으로 '9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 막아놓은 데다, 건설사 신용을 담보로 중도금을 대출해주는 '건설사 보증'도 이번 디에이치자이 개포에는 없다.

하지만 부동산 카페 등에는 '중도금을 연체해도 연체 이자 외에는 특별한 불이익이 없다' '친척·지인과 돈을 모아도 된다' 등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청약 결과를 떠나, 로또 아파트로 인한 논란과 각종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 것만으로 이미 정부 정책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장상진 기자(jh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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