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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이동걸 산은회장 본지 인터뷰] "더블스타에 매각이 유일 해법... 채권단 좋자고 하는 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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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이달 말 데드라인"

오늘 노조 적극 설득할 것

中 공장 분리매각땐 외교문제 우려

한국GM엔 신차배정 강력요구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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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금호타이어와 관련해 제기되는 헐값매각 논란과 중국 공장 분리매각, 법정관리 개시 후 독자 회생 등 매각을 제외한 생존 방안에 대해 18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회장은 특히 “채권단이 돈을 회수하려고, 은행 등 채권단이 이익만을 보기 위해 (매각을)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건 완전 오해”라며 “금호타이어를 살려 일자리를 지키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은 모두 연결돼 있고 그래야 우리 채권단이 (투자금을) 가장 좋게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블스타로 매각하는 것만이 현재로서는 금호타이어를 살리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이 회장은 19일 있을 금호타이어 노조 지도부와의 담판에서도 이 같은 논리를 집중적으로 설명해 노조의 합의를 이끌어낼 예정이다. 이 회장은 진짜 데드라인이 맞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국회에서 얘기한 것도 더 이상 힘들다는 것”이라며 “잠재적 인수자가 계속 기다려 줄 수도 없다”고 못 박았다.

이 회장은 먼저 이번 매각 방안이 지난해 무산된 매각조건보다 불리하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해명했다. 더블스타는 지난해 3월 금호타이어 주식 42.01%를 9,55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했다가 이를 결국 철회했으며 현재는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6,463억원을 투자해 지분 45%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액면가로만 따지면 비슷한 지분을 가져가면서 인수가격을 3,000억원가량 낮춘 셈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제시됐던 인수가격은 잠정가였고 이후 협상을 진행하면서 금액이 계속 내려갔다”며 “막판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요구한 상표권 가격 2,750억원까지 산은이 대납하는 조건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매각가 조정에 상표권 대납비용 등을 모두 더하면 결국 당시나 지금이나 가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헐값’ 논란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회사 정상화 측면에서는 지난해 주식매매계약보다 현재의 제3자 유상증자가 오히려 유리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 회장은 “지난해처럼 매각하면 산은 등 채권단이 돈을 챙겨 들고 떠날 수 있지만 막상 회사에는 남는 돈이 없다”며 “지금은 새롭게 확보된 자금 8,500억원(6,463억원+산은 신규 대출 2,000억원)을 모두 라인투자에 집어넣을 수 있어 회사 정상화가 더욱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먹튀’ 논란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다가 기술만 빼내고 철수했던 먹튀 사건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자동차는 모델 하나 개발하는 데만도 수천억원이 들기 때문에 기술 하나만 가져가도 본전이라는 차원에서 먹튀가 가능하지만 타이어는 한국·중국에 있는 설비와 마켓 셰어(시장점유)를 노리고 매입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더블스타가 생산설비만 따로 떼어내 팔 수도 없고 주주 권한이 있는 산은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장을 분리매각하면 한국 공장을 살릴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의견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 회장은 “중국 공장에 실사를 가봤더니 불량품으로 반품된 타이어 50만개가 야적장에 쌓여 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며 “중국 공장을 ‘플러스’로 돌려놓으려면 중국에 판매망을 갖춘 중국 기업이 인수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중국법인 부채 등을 포기하면서 ‘연결고리’를 끊으려고 시도할 경우 심각한 외교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이다. 노조 일각에서는 “매각되느니 차라리 법정관리로 가 중국을 버리고 독자 생존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중국 부채를 떼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 부실을 처리하지 못하면 금호타이어는 청산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한편 최근 실사에 들어간 한국GM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협상이 만만찮다고 토로했다. 특히 GM의 재철수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GM이 앞으로 또 몇 년을 남아 있을지 협상을 해야 하는데 거래 상대방이 있는 문제라 원하는 대로 하기 어렵다”며 “궁극적으로는 GM이 한국 시장이 매력적인 곳이라고 느끼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국 근로자의 생산성이 높지 않아 외국 기업이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서는 “그 문제는 본인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어서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은 이날 중국 현지에서 국내 취재진과의 간담회를 갖고 강한 인수 의지를 밝혔다. 차이 회장은 “상용차에서는 더블스타가 강하고 승용차에서는 금호타이어가 강해 서로 시너지를 보고 인수하는 것”이라며 “먹튀가 아니다”라고 인수 의지를 거듭 밝혔다. 차이 회장은 이어 “(반대하는) 노조와 나중에 만날 의향이 있다”고도 했다. 일부에서는 차이 회장이 한국을 찾아 공식적으로 더블스타의 시너지를 위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고 싶다고 밝혀야 하는데 현지에서 ‘간접 소통’을 하는 바람에 노조를 자극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셀러(산은)’와 ‘바이어(더블스타)’의 동시다발 압박에도 오는 24일 2차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일범·노희영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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