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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한미FTA-철강 '원샷딜' 가능성]對美흑자 99% 車산업 양보...美엔 ISDS 개정 받아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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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문제 해결 않고는 FTA협상 못해

안전기준 등 비관세장벽 완화 유력

美 수입규제 남용 차단장치 마련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은 지난 16일 공식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우리 측 협상단은 미국에 남았다. 지난 13일 출국했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귀국행 비행기를 끊지 않았다. 오는 23일 관세 시행 전까지 미국에 남아 한미FTA와 철강 면세 분야를 연계한 노력을 하기 위해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르는 만큼 즉각적 대응을 위해 협상단 모두가 남은 것”이라면서 “어떤 식이 됐건 매듭을 짓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미국으로부터 철강 관세 부과 면제국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내줄 가장 유력한 카드는 자동차 분야의 추가 개방이다. 미국 자동차 수입의 비관세 장벽 역할을 해온 안전·환경 기준 등 비관세 장벽을 완화하는 게 유력한 실행 방안으로 꼽힌다.

자동차 추가 개방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인 이유는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의 대부분이 자동차 산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1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미 교역에서 자동차 및 부품(HS코드 2단위 기준) 산업이 거둔 경상수지 흑자는 177억5,000만달러다. 전체 대미 흑자(178억6,000만달러)의 99.4%에 달한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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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 분야의 추가개방을 제1 과제로 삼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지난달 의회에 제출한 2018년 무역정책보고서(2018 Trade Policy Agenda)에서 한국의 자동차 문제를 명시적으로 지적했다.

실행 방안으로는 한미 교역에서 그동안 비관세 장벽 역할을 해온 자동차 안전·환경 기준의 문턱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현재 미국산 자동차에 국내 안전기준 미적용 쿼터를 2만5,000대 할당하고 있다. 이 쿼터를 없애는 등 미국산 자동차 수입의 문턱을 낮추는 것 말고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쪽에선 안전기준 쿼터를 없애려고 할 테고 우리가 미국에 수출하는 경트럭 등의 관세 철폐도 늦출 가능성이 높다”며 “자동차 빅3를 중심으로 국내 전통 제조업을 되살리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생각하면 결국 자동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한미 FTA 개정 협상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철강 관세 면제국 지위를 주는 대신 원산지 기준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쉽게 말해 미국 시장에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그만큼 미국 내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라는 것. 미국은 이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캐나다와 멕시코가 생산하는 자동차에 미국산 부품을 50% 이상 사용하라는 요구를 한 바 있다.

철강 25% 관세 부과의 트리거 역할을 했던 중국산 철강 문제 해결을 위해 철강 제품의 원산지 기준도 강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분야 추가개방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이를 내주고 철강 관세 면제국 지위를 획득하는 게 우선 급한 불을 끄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다만 전후방 산업연관 효과가 가장 큰 자동차 산업에서의 양보인 만큼 ‘불리한 가용정보(AFA)’ 등 무역구제 남용을 막기 위한 수단을 구체화하고 ISDS(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제도)를 개정하는 등의 성과도 얻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자동차하고 철강도 당할 수밖에 없는 구도에서 하나를 양보하는 대신 하나를 얻는 다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며 “다만 미국 국내법 영역인 수입규제 조치 등의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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