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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김기자의 현장+] '생명까지 위협' 유턴 구간 내 불법 주차..운전자는 '아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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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턴 구간 내 불법 주정차 운전자는 ‘환장’ / 목숨까지 위협 / 비상 깜빡이를 켜 놓은 불법 주정차 / 불법 주정차…차량 흐름을 방해 / 한 해 평균 8천여 건 / 5일에 1명꼴로 사망 / ‘서울 스마트불편신고’ 앱으로 적극 신고

세계일보

지난 12일 용산구 효창공원역 인근 유턴 구간. 지하철 출입구 인근 차도에는 불법 주정차 된 차들이 차량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솔직히 말씀드릴까요? 유턴할 때마다 ‘환장’ 합니다. 지하철 입구에 떡 하니 서 있는 택시를 볼 때마다 분통이 터집니다. 경적을 울리면 찔끔 움직입니다. 지독하죠. 꼭 운전을 저렇게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 불법 주정차 된 차들 때문에 한 번에 못 돌고 후진하는 경우도 많고, 우회전 하는 차와 뒤 차 운전자 눈치만 봅니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도심에서 운전하기는 여간 고역이 아니다. 주행 중 끼어드는 차량과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경적에 운전자들은 차를 버리고 걷고 싶어진다.

더 분통을 터지는 것은 유턴 구역 내 불법 주정차. 비상 깜빡이를 켜 놓은 불법 주정차와 손님을 태우기 위해 당연한 듯 지하철 출입구에 정차된 택시. 당연한 듯 주차된 차량을 피해 운전해야 하는 것이 생활에 일부분이 됐고, 불법 주정차를 알아서 피해 다녀야 한다.

지난 12일부터 서울 마포구, 용산구, 중구를 돌면 유턴 구간을 살펴보았다. 대흥역 출입구 인근 차도에는 불법 주정차 된 차들이 차량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다. 공덕오거리 인근과 용산구 효창공원역 인근 유턴 구간도 지속적으로 관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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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마포구 대흥역 인근 유턴 구간. 지하철 출입구 인근 차도에는 불법 주정차 된 차들이 차량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3차로를 점령한 불법 주정차들 당연한 듯 서 있다 보니, 유턴하려는 차들은 한 번에 돌지 못한다. 불법 주정차 차량을 피해 곡예 운전을 해야 한다. 한 번에 돌지 못하면 운전을 못 한다는 핀잔도 듣는다.

불법 주정차들 때문에 한 번에 유턴하지 못 차들이 대부분. 짧은 유턴 신호 탓에 정체가 빚어지는 건 물론, 사고 위험도 높다. 유턴 구간 주변에 횡단보도가 있는 경우가 많아 짧은 신호와 급한 마음에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출근 시간 때는 더 심각했다. 유턴 신호가 들어오자마자 대기 중인 차들이 일제히 유턴했다. 뒤에서 기다리던 차들은 신호가 바뀌자마자 앞선 차량보다 먼저 유턴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손님을 태우기 위해 택시 등의 불법 주정차 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앞선 차량은 불법 주정차 된 차량 때문에 한 번에 유턴을 못 하고 후진을 하려고 하자 바짝 붙어 따라온 뒤 차는 머뭇거리기거나 경적을 울렸다. 앞차가 제때 유턴을 못 하자 중간에 선 차량은 신호가 바꿔 옴짝달싹 못 한 채 도로 중앙에서 서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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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중구 만리동 2가 유턴 구간. 차도에는 불법 주정차 된 차들이 차량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공덕역에서 만난 직장인 김 모(45)씨는 “유턴을 못 해서 운전 못 하나요? 아니면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유턴을 못 하는 것이 잘못인지 헷갈립니다. 한 택시 기사분께서 ‘운전을 못 하는 것이 자랑이야!’라고 언성을 높이는 모습을 봤는데, 어이가 없다.”고 했다.

불법 주정차 차량에서 우회전 차량과 유턴 차량이 뒤엉키는 것은 흔한 장면이 됐다. 우회전 차량은 불법 주정차 된 차량을 2차선으로 진입할 수밖에 없다. 우회전 차들은 불법 주정차가 된 차량 때문에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다.

유턴 구간 사고의 절반가량은 불법 주정차 차량이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턴 구간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한 해 평균 8천여 건, 5일에 1명꼴로 숨지고 35명이 다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시는 ‘서울스마트불편신고’ 앱을 개선한 뒤 지난달까지 불법 주정차 신고 1만1천356건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과태료 부과율은 92%에 달했다. 영등포구에서 발생한 위반 신고가 623건, 용산구 620건, 관악구 615건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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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용산구 효창공원역 인근 유턴 구간. 지하철 출입구 인근 차도에는 불법 주정차 된 차들이 차량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차량 번호와 위반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사진 2매 또는 동영상을 찍어 '서울스마트불편신고' 에 등록하면 된다. 서울시는 하반기부터 소화전과 버스정류소 인근 불법 주정차 위반 차량도 앱을 통해 신고하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시 교통지도과장은 “현행 단속인력으로는 모든 지점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 부족한 실정이다”고 했다. 이어 “시민들의 지속적인 앱 신고는 교통질서 확립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준법의식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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