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7 (금)

김원규 NH투자 사장 "더 바라면 과욕…홀가분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2일 퇴임으로 33년 몸담은 증권업계 떠나

"금융당국·정치권, 은행권에 경도…안타까워"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 "더 바라면 과욕이지요. 정말 홀가분합니다."

퇴임을 며칠 앞둔 김원규(58) NH투자증권 사장을 지난 14일 여의도 본사에서 만났다.

연합뉴스

오는 22일 퇴임하는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
[NH투자증권 제공=연합뉴스]



김 사장은 오는 22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2013년 7월 옛 우리투자증권 사장까지 포함하면 4년 8개월간 맡아온 자리다.

그는 1985년 8월 전신인 럭키증권에서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회사가 4차례의 인수·합병(M&A)을 거치는 동한 한 번도 이직하지 않았다.

33년 가까이 몸담은 회사와 증권업계를 떠나는 소감을 묻자 김 사장은 "홀가분하고 개인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애초 2013년 7월 처음 우리투자증권 사장이 됐을 때 그는 1년 또는 1년 반 안에 자리에서 내려올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당시 M&A가 진행 중이어서 회사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매끄럽게 매각을 마무리하는 것까지가 그에게 주어진 미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매각을 무사히 마치고 합병 후 통합(PMI) 과정을 거쳐 NH투자증권 사장까지 맡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렇게 NH농협증권과 합병을 마무리하고 2014년 12월 NH투자증권 초대 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조직 안정화를 위해 노력했다.

또 합병 첫해인 2015년 150% 증가한 3천1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실적 측면에서 계속된 뚜렷한 성과는 작년 3월 주총에서 연임으로 이어졌다.

내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사사(社史) 편찬기념 사진전이 진행 중인 1층 로비에서 '50주년 행사까지 마무리하고 그만뒀으면 하는 아쉬움은 없느냐'고 묻는 기자에게 김 사장은 웃으면서 "더 바란다면 과욕"이라고 잘라 말했다.

연합뉴스

김원규 사장의 2001년 부장 시절 모습
[NH투자증권 제공=연합뉴스]



증권업계를 떠나며 한국 금융투자업의 발전을 위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의 표정은 이내 진지해졌다.

김 사장은 "새 정부 들어 금융행정혁신위원회와 국회 정무위원회 등 금융당국과 정치권 모두 은행권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라며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는 "임종용 전 금융위원장 시절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등에 대한 컨센서스가 형성됐었는데 안타깝다"며 "연초로 예상했던 단기금융업 인가도 이런 분위기에서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단기금융업 인가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초대형 IB가 발행어음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절차로,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 안에서 어음을 발행할 수 있어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다.

김 사장은 "금융행정혁신위는 '발행어음을 굳이 증권사에 허용할 필요가 있느냐, 그럴 경우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라며 "이는 금융투자업자로서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부도 시 책임의 범위 등을 고려할 때 은행과 증권사를 같은 기준으로 규제하면 안 된다"면서 "자본시장 규제도 명시적으로 금지한 사안이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증권업계와 회사 후배들에게는 "고객의 성공 없는 개인이나 증권사의 성과는 무의미하다"면서 "고객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줘야 고객도 살고 직원도 살 수 있다는 점을 늘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30년 넘게 한 회사에서 종사한 그에게 이례적으로 오는 22일 주총 이후 조촐한 퇴임 행사를 마련했다.

그 얘기를 들은 김 사장은 "감사할 따름이다. 퇴임 후 계획 중인 모처럼의 가족여행과 함께 나에게는 정말 값진 선물이 될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hyunmin623@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