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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장수 전문경영인' 최양하 한샘 회장 "女친화기업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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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 8연임 성공 "여성 친화기업 만드는 데 주력"

최장수 전문경영인의 비결은 '실적'…매출 천억→2조

'79년 한샘 공장 보고 헛웃음…자동화 주력

앞으로 3년 키워드는 리모델링·온라인·중국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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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지난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사고를 떨쳐버리고 여성 친화기업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지난 16일 서울 상암동 한샘(009240) 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 연임을 확정한 최양하(69) 회장의 소회는 담담했다. 8번째 연임의 기쁨보다는 한샘을 둘러싼 불명예를 떨쳐버리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주총에서는 감사보고 및 영업보고와 함께 최양하 회장의 연임이 결정됐다. 이로써 국내 최장수(24년) 전문경영인(CEO)이자 ‘샐러리맨의 신화’인 최 회장은 앞으로 한샘호를 2021년까지 3년 더 이끌게 됐다.

최장수 CEO의 비결은 ‘실적’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입사 16년 만인 1994년 대표이사에 오른 그는 당시 매출 1000억원의 한샘을 지난해 매출 2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인테리어 기업으로 일궈냈다. 2∼3위 업체들과는 아직도 큰 격차를 보인다.

한샘 성장 원동력은 발상의 전환. 최 회장은 과거 대표에 취임한 후 한샘을 가구를 파는 업체에서 ‘공간을 파는 기업’로 정체성을 바꿨다. 위기 때는 공격적인 투자를 나섰다. 업계에서는 강한 추진력을 지닌 그를 ‘탱크형 리더’로 평가한다.

“신흥재벌 이뤄보고 싶어”…대기업 박차고 한샘 입사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샘 창업연도와 같은 1973년 대우중공업에서 사회 첫 발을 뗐다. 대우중공업 대리 시절인 1979년, 그는 당시 작은 주방가구 업체인 한샘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도 대기업에서 이제 막 성장하는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게 흔한 일은 아니었다. 최 회장은 “1970년 중반은 제세·율산그룹 등 신흥재벌들이 벤처열풍처럼 떠오르던 시절이었다”며 “대기업을 일궈보고 싶은 게 샐러리맨들의 꿈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물론 그는 “부모님과 아내는 이직을 반대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생산과장이라는 명함을 받고 처음 둘러본 한샘 안산 공장은 전 직장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는 “공장을 본 후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제법 그럴싸할 줄 알았는데 목공소나 다름 없었다”고 떠올렸다. 최 회장이 먼저 공을 들인 것은 자동화. 당시 수작업에 의존하던 국내 가구 생산방식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서였다. 최 회장은 “대학 전공이 철(鐵)학(금속공학)이라 자신 있었다”며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밤을 새워가며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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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때 공격적 투자…독보적 업계 1위로

한샘 창업주인 조창걸(79) 명예회장은 영업과 생산부문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던 최 회장을 눈여겨보고 1994년 경영전권을 맡겼다. 최 회장의 경영철학은 ‘어려운 시절일수록 기회는 더 크다는 것’. 그가 한샘의 선장이 된 후 얼마 안 있어 IMF 외환위기가 터졌다. 대부분 기업이 보수적인 경영에 나섰지만 한샘은 역으로 부엌에서 거실·침실·자녀방 등 주택 전 공간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가구회사에서 인테리어 기업으로 도약에 나선 것.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사업을 축소하지 않고 오히려 확대하고 신규채용을 늘리며 확고한 시장 지배력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특히 한샘은 유통을 기반으로 한 종합 인테리어 회사가 되기 위해 박차를 가한 결과 매출이 2013년 1조원에서 불과 4년 만인 지난해 2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지난해 한샘은 성추문 등 극심한 성장통을 겪었다. 최 회장 역시 주총 자리에서 “일 중심, 성과 중심으로 성장하다 보니 내부 소통을 소홀히 했다”며 “비정상화의 정상화는 물론 새로운 기업문화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8번째 연임에 성공한 최 회장의 미래 키워드는 ‘리모델링’, ‘온라인’, ‘중국’으로 요약된다. 그는 우선 “토털 인테리어 패키지 시공(리모델링)을 통해 어느 기업도 시도하지 못한 한샘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온라인 생활용품 사업을 미래 주력사업으로 삼고 중국 사업 역시 정상화를 이뤄 다시 한번 고속성장 기틀을 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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