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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동네맛집 된 어르신 일자리 ‘꽈배기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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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2013년부터 운영 큰 성과

60세이상 직원 오전-오후 교대근무

맛 좋아 경기도서 찾아오기도

동아일보

서울 은평구 꽈배기나라 1호점에서 어르신들이 웃으며 꽈배기를 만들고 있다. 은평구가 2013년 문을 연 이곳에서는 평균 나이 70.2세인 직원 8명이 일한다. 은평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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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은평구 녹번동 ‘꽈배기나라’. 가게에 들어서기 전부터 고소한 기름 냄새가 골목에 진동했다. 평균 나이 70.2세인 8명이 밀가루 반죽으로 쫄깃한 찹쌀 꽈배기를 만들고 있다. 이들이 손수 만든 600원짜리 꽈배기는 동네 주민들의 단골 분식이다.

꽈배기나라는 은평구가 2013년 노인일자리 사업의 하나로 문을 연 가게다. ‘인생 2막’을 위해 일자리를 찾는 60세 이상만 고용한다. 연령 상한은 없다. 오전 오후 교대로 4∼6시간 근무해 육체적 부담도 작다. 이렇게 월 약 70시간을 일하고 월급 6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안정적인 소득원인 셈이다.

이곳에서 4년째 일하는 안복희 씨(73·여)는 “장사를 하다가 10년쯤 전에 그만두고 일상이 무료했다. 처음에 꽈배기를 만든다고 하니 반대하던 자식들이 요즘은 다시 밝아진 내 모습을 보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꽈배기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2014년 응암동에 2호점을 열었다. 2호점에서는 6명이 일한다.

구 관계자는 “여기 꽈배기를 먹으려고 경기도에서 찾아올 정도다. 어르신들이 ‘내 가게’라는 애착을 갖고 만들기 때문에 맛이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꽈배기나라 1, 2호점은 연매출이 합쳐서 1억 원을 넘었다.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만든 상점이 연매출 1억 원을 넘긴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특히 노인도 어렵지 않게 꽈배기 만드는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장애인 아들에게 기술을 전수했다는 한 할머니는 “아들이 꽈배기로 생계를 연명할 수 있게 됐다며 울더라”라고 말했다.

은평구는 꽈배기나라의 ‘선전’에 힘입어 12일 행정안전부 주최 ‘제1회 일자리정책 박람회’에서 노인일자리 부문 장관상을 받았다. 은평구는 이 밖에 ‘어르신 목공방’ ‘새싹배움터 바둑학원’같이 60세 이상이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일자리에 관심 있는 사람은 동 주민센터 또는 은평시니어클럽에서 채용공고를 볼 수 있다. 구는 올해 3620명에게 노인일자리를 주선할 계획이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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