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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기고] 영광에 이를 때까지… 페루의 끊임없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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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세 푸에데, 시 세 푸에데!(Si se puede, si se puede)”. 스페인어로 “그래, 할 수 있다, 그래 할 수 있어!”라는 뜻이다. 지난해 11월 16일 페루 수도 리마에 위치한 국립경기장에서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두고 뉴질랜드와 맞설 때 페루 전역에 울려 퍼진 응원의 함성이다. 페루인의 힘찬 응원 덕분인지 페루는 뉴질랜드를 꺾고 36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월드컵 경기 중계를 보기 위해 리마 시내 공원에 모이고, 다 같이 응원하는 페루인을 보면 우리 국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페루인이 가진 주체할 수 없을 듯한 열정과 흥겨움은 우리의 국민성이 아니던가. 오전 7시를 조금 넘어서부터 출근길 정체가 시작되는 리마 시내를 보면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페루인의 근면성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다.

한국인과 페루인의 국민성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페루에는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이 많다. 우선 국토 면적이 한반도의 여섯배나 된다. 광물자원도 풍부해 동 세계 3위, 은 세계 1위를 비롯해 아연, 금, 주석 등의 매장량이 세계 수위를 다툰다. 마추픽추, 나스카 라인 등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관광자원도 강점이다.

페루는 광대한 국토와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나라지만 발전 단계에서 우리보다 뒤처진 것이 사실이다. “자원도 부족하고, 반세기 전만 해도 세계 최빈국 수준이었던 한국이 어떻게 선진국의 문턱에 올라서고 있는가?” 페루 여론주도층이 필자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많은 페루인이 우리의 발전을 부러워하고 한국의 발전 전략을 배우자 한다.

그 덕분인지 페루에서 우리나라 인지도가 상당하고, 한국 제품 점유율도 높다. 한국은 페루의 5대 수출국이자 5대 수입국이다. 놀라운 것은 페루의 세계 교역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치는 일본이나 독일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2010년에만 해도 우리나라는 페루의 11대 수출국이자 10대 수입국이었다. 2011년 한·페루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하면서 점차 순위가 올라간 덕분이다.

페루에서 한국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자동차이다. 페루에서 팔리는 자동차의 약 30%가 한국산이다. 우리나라가 정부 간 계약을 통해 수출한 약 3000대의 경찰 순찰차도 리마 시내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아리바, 시엠프레 아리바, 아스타 알칸사르 라 글로리아(Arriba, siempre arriba, hasta alcanzar la gloria).” 스페인어로 “위로, 항상 위로, 영광에 이를 때까지”라는 의미이다. 100여년 전 타계한 페루의 비행사 호르헤 차베스가 한 말로 지금도 페루인이 도전과 희망을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하는 문구이다.

세계일보

조준혁 주 페루 한국대사


노력하면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의 이 문구와 같이, 페루는 19세기 말 칠레와의 전쟁, 20세기 군사혁명 등 혼란기를 거쳐 2000년대 이후 대외개방 산업구조조정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다.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위해 2021년을 목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도 추진하고 있다. 나는 확신한다. 페루는 땅속에서 꿈틀거리는 용암처럼 성장과 도약을 위해 힘차게 몸부림치고 있다는 것을.

4월1일은 한국과 페루가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55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에 즈음해 앞으로도 양국 간 협력이 더욱 확대되고 심화하기를 기대한다.

조준혁 주 페루 한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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