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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골목길은 왜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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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시 ‘골목길 재생 활성화’ 심포지엄 열려

도로 ‘4m 이상’ 규정하면서 골목길 사라져

대지선 안으로 들여짓게 하는 조항 고쳐야

집 신축·개축 더 쉽게 해야 골목길 살아나

화재 등 안전도 골목길에 맞는 대책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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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촌의 한옥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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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로 이뤄진 동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도로를 너비 4m 이상으로 규정한 건축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4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골목길 재생 활성화’ 심포지엄에서 서울시 강희은 재생정책과장은 “과거엔 골목길에서도 건축이 가능했으나, 1975년 건축법 개정으로 너비 4m 이하의 골목길에서 건축을 하려면 건축선을 2m 이상 대지 안쪽으로 후퇴시켜야 한다. 이 조항 때문에 골목길이 있는 동네에서의 소규모 건축이 위축됐고, 결국 낙후된 동네는 대규모 재개발에 의존하게 됨으로 골목길이 사라지게 됐다”고 밝혔다.

또 건물을 신축할 때 대지경계선에서 0.5~1.5m까지 들여짓게 하는 건축법 조항 역시 골목길을 무너뜨린 것으로 지적됐다. 과거엔 대지경계선을 따라 건물들이 나란히 들어섰으나, 현재는 이 조항으로 인해 건물들의 선이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골목과 동네의 공간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4m 도로 조항과 들여짓기 조항은 개정이나 완화가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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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촌의 한옥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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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북촌과 서촌의 한옥에서는 이런 규정을 완화해 한옥의 처마가 대지경계선에 이를 수 있다. 또 용적률과 높이는 엄격히 제한하면서도 건폐율을 완화해 저층 주거지가 유지될 수 있게 한다. 또 이웃끼리 건축협정을 맺으면 맞벽건축까지도 허용하고 있다. 골목길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정책을 저층 주거지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한 토론자는 밝혔다.

또 골목길 동네에 젊은층이 들어와 살게 하려면 골목길 주택이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충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골목길 주변의 집과 마을에 일정 기준 이상의 주거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주거복지적 관점에서 개별 가구의 집수리를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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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고딕 지구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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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등 안전 문제는 골목길의 조건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신승수 건축가는 “안전한 길을 만들려면 소방차로를 대신할 수 있는 효율적인 옥외 소화전의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식 서울소방재난본부 대응전략팀장은 “오토바이를 이용한 진화기동대는 여러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골목길에 소화기, 경보형감지기, 소화전 신설 등이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3월 중에 연구 결과를 받아 5월까지는 골목길 기본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남숙 재생기반팀장은 “골목길 집들의 개선을 어렵게 하는 4m 도로 규정을 보완하는 건축법 개정안을 국회와 중앙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골목길 집들의 개선을 위해 저리 융자금을 제공하고 사유지 도로지만 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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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빌바오의 도심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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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이번 골목길 연구용역을 맡은 류제홍 박사는 “그동안의 정책은 골목길을 없애는 것이었다. 이제는 골목길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이것을 사회적 자본으로서 어떻게 가치를 높일지를 생각해서 체계적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단독주택이나 다세대 주택 등 저층 주거지는 전체 주거지의 38%(124.5㎢)이며, 이 가운데 골목길에 접한 동네는 약 30%로 추정된다.

글·사진/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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