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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여성 독립없이 민주주의 이야기하는 건 무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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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작가 ‘르 클레지오’가 말하는 ‘미투 운동’

소설 ‘빛나’ 프랑스어판 출간 방한

황석영 “여성들의 분노 이해, 반성”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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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8)는 한국을 비롯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투’(MeToo) 운동을 두고 “여성들이 자유롭지 않는 한,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소설 <빛나-서울 하늘 아래>(이하 <빛나>·서울셀렉션)의 프랑스어판 출간을 맞아 최근 방한한 르 클레지오는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컨벤션홀에서 열린 황석영 작가와의 특별 대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르 클레지오는 ‘미투 운동이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작품에서 여성 문제를 다뤄온 작가의 생각은 어떤가’라는 질문을 받고 뉴칼레도니아의 여성 시인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뉴칼레도니아는 (프랑스로부터) 아직 독립하지 못한 나라다. 이곳에선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열등한 존재로 간주되고 결정권도 없으며 남성들에게 존중받지 못한다”고 했다. 르 클레지오는 “제가 좋아하는 뉴칼레도니아의 여성 시인은 시를 통해 ‘여성들이 독립하지 않는 한 국가의 독립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라는 말을 한다”면서 “여성이 자유롭지 않는 한, 존중받지 못하는 한,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르 클레지오는 “<빛나>에 스토커가 등장한다. 한국의 많은 여성들이 스토커에 대해 들어봤고 희생양이 돼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면서 “여성들이 대중교통을 탈 때, 외진 곳을 거닐 때 두려움을 느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범죄는 단죄해야 하고, 여성과 남성이 동일한 봉급을 받고 동일한 직종에서 봉사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담에 참여한 황석영 작가는 “어릴 때부터 아들로서 대접을 받고 자라온 세대로서 망명하고 감옥에서 10년을 살고 나온 뒤에야 비로소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독재와 싸우면서 독재자의 방식을 체득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이후론 소설에서 여성 주인공을 등장시키고 여성 화자로 서술하면서 일종의 역할 바꾸기를 통해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려고 했다”고 했다. 황 작가는 “여성들의 분노, 수치감, 모욕감이 일상 속에서 목구멍까지 차올랐다는 생각을 한다. 저도 반성하겠다”고 했다.

르 클레지오는 2001년부터 한국에 자주 오가며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써낸 대표적인 지한파 작가다. 소설 <빛나>는 르 클레지오가 한국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 이야기를 친숙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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