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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신율의 정치 읽기] 안희정 파문·남북정상회담…지방선거 회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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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김지은 충남도 정무비서(우)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방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두 가지 사건이 발생했다. 하나는 4월 말로 예정됐다는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 뉴스고, 다른 하나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의혹이다. 이 두 가지는 100일도 안 남은 지방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각각의 사안이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 사건은 가깝게는 지방선거, 그리고 멀게는 더불어민주당의 대권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사태의 후폭풍이 거센 이유는 안 전 지사가 가진 정치적 위치 때문이다. 안희정 전 지사는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꼽히던 인물이다. 이런 이유로 안희정 전 지사 성폭행 의혹은 그 파장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보도가 나간 1시간 후 최고위원회를 열어 안희정 전 지사의 출당과 제명을 결정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파장은 작게는 충남 지방선거, 크게는 전국 선거판을 흔들 정도다.

그 시작은 충청남도일 것이다. 충청남도는 본래 보수 세력이 만만치 않은 지역이다. 민선 도지사들을 보더라도 박태권 전 지사, 심대평 전 지사 그리고 이완구 전 지사에 이르기까지 모두 보수 정당 출신이었다. 안희정 전 지사만 진보 진영의 도지사였다. 생존 정치인 중 보수의 상징으로 꼽히는 인물인 김종필 전 총리도 충남 출신이다. 한마디로 충남은 진보보다는 보수의 뿌리가 훨씬 깊은 곳이다. 이런 곳에서 사건이 불거졌으니,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상당히 불안할 터다. 더구나 지금 선거운동 전면 중단 선언을 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안희정 전 지사와의 관계를 선거운동의 주된 소재로 내세웠으니 그 타격은 더욱 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충남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조직이 지방선거 때 제대로 작동할지도 미지수다.

문제는 이게 충청남도에서 그칠 것인가, 전국적인 영향이 있다면 어느 정도일 것인가다. 예측을 위해서는 일단 현재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에서 비롯된다. 특정 정당과 특정 정당 유력 대선 후보 혹은 특정 정당의 대표 정치인 지지율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있다. 특정 정당보다 해당 정당 대표적 정치인의 지지율이 높을 경우, 특정 정당 지지층의 외연이 해당 정치인보다 좁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경우 해당 정당이 자당 소속 대표적 정치인 지지층에 ‘묻어간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그 정당 소속 대표적 정치인 지지율이 해당 정당 지지율보다 낮을 경우에는 해당 정치인이 정당 없이 홀로 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보다 높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이 문 대통령에게 업혀가는 꼴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안희정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나갈지 예측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안희정 전 지사가 친노의 핵심인 것은 맞지만, 친문이라고는 볼 수 없다. 친노와 친문은 일정 부분 차이가 있다. 지난번 대선 후보 경선에서 안희정 전 지사가 보였던 태도는 친문적이기보다는 오히려 친문의 반발을 샀다. 일반 대중에게 안희정과 문재인 대통령은 가깝지 않다는 인상이 심어졌다. 이는 작금의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불행 중 그나마 다행스러운 요소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안희정 사태가 지방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은 아니다. 일단 더불어민주당 당원 숫자에 변화가 올 수 있다. 당원 숫자에 변화가 온다는 것은 당 조직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든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민심 악화와 더불어 여당은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더불어민주당은 충남에서 일단 타격을 받고,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일정 부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대북특사단이 갖고 온 북한과의 합의 사항을 살펴보자. 이 또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지방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대북특사단이 발표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북한이 상당히 다급함을 알 수 있다. 북한은 “비핵화 목표는 선대의 유훈으로 변함없다”면서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비핵화 협의를 할 용의가 있으며 북미관계를 정상화시킬 용의가 있음도 밝혔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북미 대화도 열리고 북한 핵문제가 술술 풀려나갈 것 같다.

그런데 북한이 비핵화에 ‘체제 안전 보장’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은 핵이나 대량살상무기 등을 포기했을 때 리비아의 카다피 같은 꼴이 될 수도 있음을 가장 두려워한다. 이를 감안하면 ‘체제 안전 보장을 전제로 비핵화를 할 수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만 체제 안전이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이 확실하지 않다.

여기서 한 가지 기억할 사실은 이미 1994년에도 북한이 똑같은 제안을 한 바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북한의 주장은 2003년에도 되풀이됐다. 결국 이는 북한이 궁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수시로 주장하는 낡은 LP판과도 같은 ‘소리’일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북한의 진심 여부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과거와 같이 시간끌기용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동시에 미국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문재인정부의 ‘운전자론’에 대한 국민적 호응 정도가 달라질 것이다. 북미 대화가 시작되고 단순한 탐색전이 아닌 실질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대화가 시작된다면 이는 상당한 성과고, 따라서 지방선거에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평화’라는 슬로건을 이용해 이미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경험을 민주당은 갖고 있다. 반대로 1994년의 경험(북한의 비핵화 주장에 따른 경수로 건설)을 기억하는 미국이 북한의 말을 믿지 않는다면, 그리고 2008년 6월 27일 북한이 영변 5㎿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쇼를 하며 제재를 풀고 지원을 얻어냈지만 핵은 계속 개발하고 있었다는 점을 기억하고 있다면, 상황은 역으로 전개될 터다. 그렇게 되면 여권은 지방선거에서 고전을 할 수밖에 없다.

이번 대북특사단이 가져온 또 하나의 합의가 바로 4월 말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먼저 제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이 판문점에서의 정상회담을 어떤 의도에서 제의했는지는 모르지만, 최소한도 자신들의 이미지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남쪽 땅을 밟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해석할 수 있다.

3차 남북정상회담은 판문점에서 열린다.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이유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정권 차원에서 상당히 부담되기 때문이다. 역으로 해석하면, 우리 정부 당국도 북한의 비핵화 언급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주장을 진심이라 해석한다면 미국과 일본을 설득해서라도 국제사회의 제재 분위기를 완화하고 또한 판문점 아닌 다른 장소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과거 정상회담보다 훨씬 어려운 회담이 될 것이다. 북한의 핵 포기가 주요 의제여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두 차례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을 회고해보면 어떤 결론이 나오든 간에 선거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있었던 지방선거에서 당시 여당은 패했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직후 대선에서도 집권 여당은 야당으로 전락했다. 이런 결과는 남북정상회담이 보수층 결집을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번에도 과연 그럴지는 지켜봐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여파도 아직 남아 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는 날도 머지않은 때문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지금의 상황은 결코 여권에 호의적인 상황은 아니다. 침묵하던 보수들이 목소리를 낼 수도 있고,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에 참여할 수도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보자면 여권 기대대로 지방선거 대승은 힘들 수도 있다.

매경이코노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9호 (2018.03.14~2018.03.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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