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서울 잠실야구장 쓰레기장서 17년 만에 구조된 60대 노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잠실야구장 전경(왼쪽) (기사내용과 사진은 관계 없음)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잠실야구장 쓰레기장에서 17년 간 일하고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60대 노인의 사연이 알려졌다.

11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는 이달 8일 잠실 야구장 쓰레기장에서 노동착취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A(60)씨를 발견해 보호 조치했다.

A씨는 17년 간 잠실 야구장 쓰레기장 중앙에 위치한 컨테이너 박스에서 거주하며 야구장 주변 쓰레기를 줍거나 재활용품을 분리하는 일을 해왔다. 그는 야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밤새 일을 하는 등 고되게 일했지만, 월급 통장은 본 적이 없다.

지인의 소개로 일을 시작한 그는 처음에는 월 수십만원을 받았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으며 월급 통장은 사장에게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에 따르면 A씨는 각종 고물과 몸을 뉘일 정도의 소파, 오래된 냉장고 등이 있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변변한 옷가지도 없이 지냈다.

하지만 잠실 야구장을 관리하는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A씨의 상황은 물론 그의 존재를 전혀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잠실 야구장은 정식 계약을 맺은 민간업체에 재활용품 분리 처리를 위탁한다.

민간업체는 잠실 운동장 청소부들이 쓰레기를 가져다 주면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걸러내 쓰레기장으로 보낸다.

A씨는 이 과정에서 페트병이나 플라스틱 용기를 분리수거하거나 잠실 운동장 인근 파지를 줍는 일을 했다.

매체에 따르면 A씨는 "야구 경기가 있을 때면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오전 7시까지 일하고, 오후 1시쯤 일어나 다시 일했다"고 말했다.

A씨를 발견한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는 서울시와 계약을 맺지 않은 민간 고물상이 A씨에게 이같은 일을 시켜 재활용품을 내다 판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A씨는 다나까 체로 대답하는 등 말투가 상당히 경직돼 있었고, 현재로서는 지적 장애가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센터에서 현장을 확인한 뒤 A씨를 데리고 나와 안전한 쉼터에서 보호 중"이라고 밝혔다.

센터 측은 A씨가 어떻게 이곳에서 일을 하며 살게 됐는지 경위를 자체 조사한 뒤 경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