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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아시아초대석]"6월 대구시장 출마?행안부 숙제 아직 많이 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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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 저출산 고령화·지방 소멸 등 시대적 문제 해결할 키포인트
'공무원 증원' 연 50만명 중 5만명만 양질 일자리…공공 채용, 경제활성화 마중물 될 것
'미투' 그동안 곪을대로 곪은 게 터져…성차별적 권력구조부터 고쳐야
'개헌' 지금 안 하면 기회 없을 것 같아…지방선거 전 최소한 합의 있어야

아시아경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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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아시아경제 박성호 사회부장]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 행진만큼 각 부처가 더 분발해야 합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숙제'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문재인 정부 탄생의 주요 공신이지만 현재 행안부 업무에 매진하겠다는 의사를 에둘러 강조한 셈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차출될 것이란 일각의 시선도 그에게는 불편하기만 했다. 지방 분권 개헌과 국민을 위한 안전 시스템 구축, 공무원 조직의 효율성 제고가 그가 말하는 숙제다. 특히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공무원(공공 부문 인력) 증원 등은 청년 세대의 고통을 보고만 있을 수 없기에 정부가 추진해야만 하는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이라고 역설했다.

김 장관은 지난 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한 인터뷰에서 60~70%를 넘는 지지율을 기록 중인 문재인 정부의 지난 10개월간의 성과에 대해 '대통령 덕'이 상대적으로 크고 정부 각료·부처들은 부족했다고 냉정하게 분석했다.

겸손이 몸에 익은 대통령의 개인기 덕에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으니 장관·부처들이 성과를 내기 위해 분발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김 장관은 "대통령 개인의 역할이 워낙 컸고 압도적이었다. 몸에 밴 겸손함 같은 것이 있다. 정부는 좀 못 따라갔다. 국민이 전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정책들이 꽤 있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앞으로 국민이 우리에게 성적표를 내놓으라고 할 것이고, 이제 답을 준비해야 할 시기다. 국민도 그걸 위해 공무원 조직을 지휘하라고 장차관들에게 맡겨놨는데 현재 우리는 만족할 만한 걸 못 내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핫 이슈 중 하나인 공무원 증원을 놓고선 양질의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청년 세대에 대한 배려와 행정 서비스의 질적 향상, 공무원 조직 비대화에 따른 부작용 최소화 등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장관은 "한 해 약 50만명의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쏟아져나오는데 이 중 양질의 일자리를 찾는 사람은 겨우 5만명 안팎"이라며 "이들에게 숨구멍을 터줘야 한다. 공공 부문 일자리가 경제 활성화·민간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장관은 "그들에게 '너희 세대는 운이 나빴다'라고 할 수는 없지 않냐"고 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그에게도 부담은 있다. "우리도 공무원 수를 늘리는 데 왜 부담이 없겠나. 대통령도 정부 혁신을 다뤄봐서 잘 안다. 대신 직무 분석도 하고 필요한 행정 서비스가 뭔지 분석해 국민에게 필요한 서비스의 질을 높이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와 함께 올해 개헌ㆍ지방선거의 최대 화두인 '지방 분권·균형 발전'을 저출산·고령화, 지방 소멸 등 시대적 화두가 된 사회 문제를 해결할 키포인트로 꼽았다.

그는 "주민들이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데서 목소리를 내거나 권리를 행사하고 감독하려는 성향이 대단히 강해졌다. 더 이상 중앙정부가 결정하고 따라오라고 하는 것은 통하질 않는다"며 지난 10년간 100조원 가까이 투입하고도 해결에 실패한 저출산 문제를 예로 들었다. 김 장관은 "사실 그동안 정부가 아무 대책 없이 상황을 따라가기 바빴다"며 "지역마다 적절한 형태로 아이디어를 짜내고 투자를 하면서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결국 자기들이 권한을 갖고 자기네 지역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그런 힘이 나온다"고 말했다.

또 이 같은 지방 분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주기 위한 재정 분권·균형도 필요하다고 김 장관은 지적했다. 그는 "중앙이 세금을 다 움켜쥐고 일부를 나눠주는 현재의 방식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는 없다. (전체 세금 중) 지방의 포션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정을 운용하는 틀을 합의해야 한다"며 "그냥 두면 앞으로 30년 내에 전국 읍면동의 40%가 사라져 사람들의 삶을 옥죄게 될 것이다. 지역에서 살 수 있는 기회, 몸부림칠 수 있는 장이라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와 함께 우리 정부가 이미 실패한 일본식 국토 균형 발전 정책 모델을 따라가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선 "일본은 설계를 촘촘하게 안 해 도쿄, 오사카 등 대(大)경제권만 세수가 넘쳐나고 나머지 지방은 쓸 돈이 없게 된 것"이라며 "사람들은 지방에서 먹고살 것이 없다고 떠나고, 기업들은 지방에서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안 내려간다고 한다. 우리의 고민은 이런 문제 자체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해결될 것인가, 즉 어떻게 해야 '꼭지를 딸까' 하는 것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6월 지방선거 전까지) 최소한 내용은 합의해야 하지 않겠나. 지금 안 하면 개헌 기회가 없다"며 "현재로선 대한민국에서 각자 우리가 느끼는 이해관계의 충돌, 모순을 이대로 끌고 갈 수는 없다"고 역설했다. 특히 "지금 야당에서 못 하겠다고 하면 왜 못 하겠는지, 개헌 내용이 문제인지, 시기가 문제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며 "막무가내로 안 된다고만 할 게 아니다. 국민의 관심이 모이면 분명히 진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행정자치부와 국민안전처가 통합되면서 제천·밀양 화재 참사, 포항 지진 등 잇따른 대형 참사에 동분서주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그는 "과거 국민안전처만 홀로 동분서주했다면 (지금은) 중앙과 현장을 잘 아는 지방이 함께 뛰면서 국민 안전을 더욱 깊이 살필 수 있게 됐다"면서도 "대형 재난·사고는 예방이 최선인데, 각 분야의 조직·예산·법 등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는 각 부처가 책임감을 갖고 안전 관리 업무에 나서줘야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행안부의 세종시 이전은 내년 8월까지 마칠 계획임을 거듭 확인했다. 김 장관은 "이전 절차에 따라 공청회를 개최하고자 했지만 무산됐다"며 "지방 분권 및 균형 발전 지원을 위해 행안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전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헌안 국민투표와 동시에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정하는 투표를 진행하자는 소신도 피력했다. 그는 "이동 중에 버려지는 시간과 공간적 거리감에 따른 소통의 제약을 생각하면 조속히 국회도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가 개헌안에 수도 문제를 넣어서 국민적 합의를 완성하라고 했지만, 개헌안과 별도로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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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박성호 아시아경제 사회부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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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큰 파장이 일고 있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과 관련해선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말할 수 없는 죄스러움과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그동안 곪을 대로 곪아 언젠가는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성희롱·성폭력 범죄를 강력하게 엄단하고 성차별적 권력 구조를 개선해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6월 지방선거의 대구시장 후보 차출설에 대해서는 재차 불출마를 확인했다. 그는 "정치인으로서 지켜야 할 '신뢰 자본'을 버리면서까지( 출마한다면)… (대구 시민들에게) 정치 기술자처럼 보일 텐데, 그런 건 의미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출마 시한이 다 돼) 이런 얘기 안 해도 된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김 장관은 "2016년 총선 때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될 당시 대구 시민들이 믿고 지지해준 신뢰 관계를 깰 수가 없다"며 "2년 전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선거를 치열하게 했는데, 대구 시민들이 어렵사리 저에게 표를 줬을 때는 기대와 함께 '한번 해보겠다는데 도와줘야 하지 않겠냐'라는 뜻이었을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 장관은 당내에서 잠재적 차기 대선 주자로도 꼽힌다. 그러기 위해선 오는 9월로 예상되는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그는 "당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라는 질문에 "지금은 나에게 주어진 일들이 좀 있다. 숙제도 덜 했는데 자꾸 다음 숙제 얘기를 할 순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노무현을 가장 많이 닮은 현역 정치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60)은 우리 사회 내부에서 여전히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지역 장벽·진영의 벽을 허문 '융합형' 정치인으로 손꼽힌다. 무명이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구를 버리고 지역 장벽을 허물겠다며 부산 지역에 출마해 내리 낙선의 고배를 들다가 2000년 지방선거 패배 후 '지역주의 극복의 상징'으로 떠올라 국민의 사랑을 받게 된 인생 경로와 무척이나 닮았다.

1980년대 서울대 운동권의 '큰 형님'이었던 김 장관은 재야 활동 후 1991년 야당인 민주당의 부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당시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던 '3김 청산'을 위해 1997년 여당(한나라당)으로 옮겨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하지만 그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후 17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보수 정당에서 개혁파로서의 한계를 느낀 데다 당시 6·15 남북 공동선언 등 남북 교류 확대에 반대하던 당내 주류와 전혀 다른 정치적 소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3선에 성공한 그는 '안락한' 지역구(군포)를 버리고 이번엔 지역주의 극복의 선두에 서겠다며 19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도전했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TK)에 민주당 깃발을 꽂겠다는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40%대 지지율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결국 20대 총선에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압도적인 표 차로 물리치고 승리한다.

촛불 탄핵으로 조기에 실시된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다 접은 김 장관은 잠재적 차기 대권 후보로 손꼽힌다. 특히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성폭력 파문으로 사실상 정계 은퇴가 확실시됨에 따라 오는 9월 당대표 경선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6월13일 지방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여전히 거론되지만, 그는 지난 설 지역구에 '장관' 명의로 현수막을 걸어 공명선거를 당부함으로써 사실상 여지를 없앤 상태다.

◇프로필
▲1958년 경북 상주 출생 ▲경북고 ▲서울대 정치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 ▲민주당 부대변인 ▲열린우리당 원내수석부대표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16·17·18·20대 국회의원 ▲행정안전부 장관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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