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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fn이사람] 변호사 출신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송지헌 경감 "수사·기소 분리 위해 최선 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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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경찰 단계에서 조사받은 사람은 약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검사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내 사건에 대한 결정을 받습니다. 검찰이 수사권을 갖고 있는 이상 법이 공평히 적용될 수가 없고, 경찰에 1차 수사 권한을 줬으면 그 판단을 존중해줘야 합니다."

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한 수사구조개혁을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의 힘겨루기가 치열하다. 청와대가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하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출범하면서 수사구조개혁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경찰은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수혁단)을 중심으로 관련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숙원을 이루기 위해 현재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수혁단 소속 경찰관 가운데 눈에 띄는 인물이 사법연수원을 41기로 수료한 변호사 출신 송지헌 경감(39.여.사진)이다.

송 경감이 처음 경찰 제복을 입은 것은 불과 4년여 전.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은행 직원, 항공사 승무원 등을 거쳤고 수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법시험을 준비, 2009년 당당히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그는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다른 동기들과 달리 경찰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는 "연수원에서 교수님이 수사에 관심이 많은 연수생들에게 경찰 쪽도 진지하게 생각해보라는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며 "성적은 나쁘지 않았는데 현장에서 직접 수사를 하고 싶어 경찰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수원 시절 검찰 시보 경험은 검찰에 대한 실망과 함께 경찰을 향한 그의 꿈을 더욱 확고히 했다고. 그는 "시보 시절 어떤 사건에 대한 수사를 했는데 체포나 압수수색을 하려고 하면 '그건 경찰이 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싫어하는 분위기였다. 검사들은 기록만 볼 뿐 사실 체포나 이런 일에는 관심도 없었다"며 "더구나 사건 변호사가 검사 출신이었는데 검사 출신이 맡은 첫 사건의 경우 관례상 (검찰에서 기소를) 안 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울었다"고 전했다. 연수원 수료 후 3년간 로펌에서의 변호사 경험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로펌에서 법조계의 실상과 전관 변호사들의 병폐를 많이 봤고, 내가 생각하는 수사와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는 2014년 경찰 특채에 지원했고 연수원 동기 중 유일하게 경찰이 됐다.

경찰로서 국민을 위한 그의 1차 목표는 수사.기소 분리다. 그는 "경찰의 의견까지 바꾸는 검찰 수사지휘권이 인정되는 시스템이 충격적이었다. 예를 들어 경찰에서 사기라 해도 검찰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경찰도 바꾸라고 지시한다. 그러면 결국 검찰과 경찰의 의견이 모두 사기가 아닌 것으로 법원까지 가게 되고, 법원의 판단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의 의견이 다르면 법원도 다르게 볼 수 있을 것"이라며 "1차 수사 권한을 줬으면 그 판단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조계 병폐는 선민의식에서 시작된다. 검찰 조직이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이고 지금은 법조계뿐만 아니라 정치, 기업 등 힘 있는 모든 곳에 포진해 있다"며 "수사구조개혁의 논리나 명분은 이미 끝난 문제지만 경찰은 힘이 너무 없어 국민들의 힘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올해는 최소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문제만 해결되면 나의 1차적 소명은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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