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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북핵 문제 로드맵 들고 '운전석' 앉은 문 대통령, 북미 대화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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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7일 오전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숙소인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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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미 대화의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평창 외교’를 통해 한반도 문제의 운전석에 앉은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 사이를 오가며 북핵 문제 해결로 가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라는 두 개의 바퀴를 동시에 굴려야 본인이 제시한 로드맵에서 이탈하지 않고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최종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 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26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두 시간 가량 오찬 회동을 했다. 김영철은 회동에서 “미국과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며 “우리는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여러 차례 이미 밝혔다”고 말했다. 김영철은 전날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도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하자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김영철의 방남을 통해 적어도 북한은 북미 대화에 긍정적인 입장이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백악관은 북한의 이 같은 의사 표시에 대해 25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북한의 메시지가 비핵화로 가는 길을 따르는 첫걸음을 의미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북한에 비핵화와 관련해 좀 더 선명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을 주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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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류옌둥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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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미 대화를 해야 하지만, 북핵 문제에 대한 양 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북미 대화를 할 수 없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26일 류옌둥 중국 부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한 것은 이런 상황을 타개해야 문제가 풀린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에 대해서는 북미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북한의 핵 포기를 고수하지 말고 좀 더 유연한 자세를 보일 것을 주문하면서 동시에 북한에 대해서도 국제 사회에 비핵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김영철과의 회동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원칙적인 입장에서 나아가 비핵화를 위해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하는 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고, 김 부위원장 일행은 진지하게 경청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구상해 온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명'을 받아 방남한 김영철에게 설명한 것이다. 북한이 그 동안 비핵화 거론에 극도의 거부반응을 보여 온 점에 비춰보면 문 대통령의 ‘비핵화 로드맵’을 북한 대표단이 경청했다는 것 자체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언급했다는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론은 줄곧 강조해왔던 '2단계 북핵 폐기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핵ㆍ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논의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면 미국 등 국제사회가 단계별 상응 조치를 협의해 나간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철과의 잇단 회동을 통해 두 개의 바퀴 중 남북대화의 바퀴를 굴릴 수 있는 동력은 어느 정도 확보를 한 셈이다. 북미 대화의 바퀴를 돌릴 수 있는 힘은 북한의 태도 변화와 함께 미국이 대화의 문턱을 낮춰야 생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우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김여정, 김영철과의 접촉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미 간 입장 차이 해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여동생인 김여정을 특사로 파견한 것에 화답하고 대화 국면을 이어가기 위한 차원에서 대북 특사 파견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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