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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대북 제재로 사면초가 北 김정은, 왜 김영철을 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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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이 김정은에게 보고하는 자리 배석

한국 보수층의 반발과 수모도 예상했지만

남북대화를 통해 북미 대화 적임자로 낙점

난수방송 등 대화분위기에는 부적합 인물

[Possible 한반도] 김정은, 왜 김영철을 보냈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대남 담당) 겸 통일전선부장을 보냈을까.

중앙일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선전부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천해성 통일부 차관의 안내를 받으며 25일 오전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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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한국 동향을 파악하는 김정은은 김영철을 단장으로 보냈을 경우 한국 보수층의 반발을 예상했을 것이고, 그가 겪게 될 수모도 짐작했을 수 있다. 북한은 현재 대북 제재로 사면초가에 놓인 상태다. 미국은 해상봉쇄를 강화하고, 중국은 과거와 달리 단계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이른바 ‘코피 전략’으로 알려진 군사 압박은 코앞에 와 있다. 김정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김여정 특사를 보냈고, 폐막식에는 김영철을 보냈다.

김영철은 지난 12일 귀환한 김여정 특사 등 고위급 대표단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보고하는 자리에 배석했다. 김정은은 그 자리에서 “금후 북남관계 개선 발전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해당 부문에서 이를 위한 실무적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해당 부문’은 대남·대미 부서가 될 가능성이 높았고, ‘실무적 대책’은 남북 정상회담·북미 대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해당 부문은 당 통일전선부·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내각 외무성이 될 것으로 점쳐졌다.

이번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면면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전책략실장, 이현 통일전선부 참사 등 통일전선부가 주축을 이루고 외무성에서는 최강일 북아메리카국 부국장만 포함했다. 구성 비율을 보면 대표단의 1차 목표는 대남 관계며, 2차 목표가 대미 관계인 것을 알 수 있다.

북·미 관계에 무게를 실었다면 외무성 부상이나 최선희 북아메리카국장이 내려왔을 것이다. 김정은은 남북관계 개선을 지렛대로 삼아 북·미 관계 개선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식에 이수용 당 국제부장 등 외교 채널이 오면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의전용일 뿐 남북관계를 얘기할 수 없기 때문에 김영철을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영철은 25일 문재인 대통령과 평창에서 만나 “북·미 간 대화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예상된 질문에 준비한 대답을 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전선부장은 이처럼 남북대화의 현안을 다루는 것뿐 아니라 포괄적인 논의가 가능한 자리다.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중국 여성 정치인 류옌둥 국무원 부총리 등 참석귀빈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며 박수치고 있다. 뒷줄 오른쪽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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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은 1989년 남북 고위당국자회담 예비접촉 북측 대표로 남북회담에 얼굴을 보이기 시작했다. 남북 고위급회담 군사분과위 북측위원장을 맡는 등 남북회담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임동원 전 국정원장의 회고록 『피스메이커』에서 김영철의 첫인상에 대해 “군복 차림의 젊은 김영철 인민군 소장은 날카로운 눈매에 찬바람이 감도는 쌀쌀한 태도로 아무 말 없이 손만 내밀었다”고 적었다.

김영철은 2009년 인민군 정찰총국장을 거쳐 2013년 인민군 대장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김양건 전 통일전선부장이 2015년 12월 사망하자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통일전선부장은 과거 외무성이나 노동당 국제부 출신이 옮겨왔는데, 김정은은 이례적으로 육군 대장 출신을 그 자리에 앉혔다. 당시 통일전선부 내부 사람들도 예상 밖 인사였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오랜 남북회담 경험과 당시 험악했던 남북관계를 고려해 그를 앉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영철은 대남비서를 맡으면서부터 난수방송(숫자나 문자 등으로 만든 암호를 전달하는 방송)을 재개하는 등 냉전 시대에나 통했던 방법을 다시 사용해 통일전선부장으로서 대화 분위기에 적임자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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