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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2002년엔 북 미녀응원단 팬클럽까지 등장, 2018 평창선 시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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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에 부채춤 어색한 장면도

“북 평화공세하다 핵개발 두 얼굴

시민들 학습효과로 시선 달라져”

중앙일보

북한 응원단이 26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출경하고 있다. 다음달 9일 개막하는 평창 패럴림픽에도 북한은 약 150명에 달하는 대표단을 파견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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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을 찾은 북한 응원단 229명이 북한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26일 숙소인 강원도 인제군 인제스피디움을 떠나 버스를 타고 북한으로 향했다. 지난 7일 한국을 찾은 뒤 19일 만이다. 방남 당시 입었던 붉은 코트에 검은색 겨울 부츠를 착용했다.

국내외 수십 명의 취재진이 귀환 모습을 담기 위해 오전 7시부터 진을 쳤다. 취재진은 다양한 질문을 했지만 북한 응원단 대부분은 “통일 조국에서 다시 만납시다”라고만 짧게 답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을 묻자 한 단원은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다. 민족이 힘을 합치면 통일을 못 이뤄낼 것 없다”고 말했다.

북한 응원단은 평창올림픽에서 북한 선수와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뿐 아니라 한국 선수도 응원했다. 북한 선수단 입촌식과 강릉 오죽헌, 올림픽파크 등에서 공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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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응원단원들이 23일 강원도 인제군 인제다목적경기장에서 2018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강릉=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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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없던 것을 보여주겠다”며 색다른 응원을 예고했다. 이들은 상·하의 체육복 차림으로 절도 있는 ‘칼군무’를 펼쳤다. 응원단 중 일부는 한복을 차려입고 부채춤도 췄다. 영국 가디언은 26일 ‘평창올림픽 명장면 10개’ 중 하나로 북한 응원단을 꼽으며 “가는 곳마다 시선을 사로잡았다. 반응은 복합적이지만 분명 평창올림픽에서 가장 독특한 부분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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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참석한 북한 응원단들이 북한의 인기유행가인 "반갑습니다"를 부르고 있다.[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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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응원단이 한국에 처음 온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신드롬 수준의 충격이 일었다. 역시 남남북녀라는 화두가 돌았고 ‘북한 미녀 응원단 팬클럽’도 생겼다. 2005년에는 북한 국립민족예술단 소속 간판 무용수 조명애가 한국 가수 이효리와 함께 삼성 휴대전화 광고를 찍어 화제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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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명애와 한국 이효리가 함께 찍은 광고.




그러나 평창에서는 달랐다. 북한 응원단을 향한 관심은 초반에 반짝했고 곧 시들해졌다. 16년간 한국 사회는 많이 변했는데 북한은 그대로였다. 그래서 북한 응원단은 한국 문화와 엇박자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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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남중인 북한 응원단 및 취주악단이 22일 오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 모래시계 공원에서 공연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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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서 K팝 트와이스의 경쾌한 ‘TT’가 흘러나오는데 부채춤을 추는 등 어색한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힙합 그룹 다이나믹 듀오가 공연을 펼칠 때 북 응원단은 당황한 듯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정자세로 앉아 있었다. 북한 응원단의 남성 얼굴 가면 응원은 ‘김일성 가면’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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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응원단이 지난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 중 '미남 가면'을 얼굴에 대고 뜨거운 응원전을 벌이고 있다. 통일부는 11일 '김일성 가면을 쓰고 응원하는 북한 응원단' 언론 보도에 "잘못된 추정"이라고 반박했다. 북한 응원단이 사용한 가면에 대해 일부 언론이 '김일성 가면'이라고 칭하며 보도했다. [강릉=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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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단의 메시지도 잘 먹히지 않았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에서 관중 절반은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며 북한 응원단에 호응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무덤덤했다.

평창올림픽에 응원 온 조재구(46·대구 달서구)씨는 “남북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응원해 기쁘다”고 말했다. 반면 김모(경기도 이천시)씨는 “북한 응원이 억지스러워 불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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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에 불참한 북한 응원단이 평창플라자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이날 북한 응원단은 관악대의 연주와 함께 '반갑습니다', 율동 등을 선보였다.[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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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타임스는 대회 초반인 지난 10일 북한 응원단을 활용한 평화 공세에 대해 우려했다. 북한에서 6개월간 교사를 한 한국계 재미 작가 수키 김은 ‘북한의 립스틱 외교’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북한이 미모의 여성 응원단을 이용하는 건 예전부터 존재했다. 그러나 한국이 북한 정권의 ‘성(性) 선전’을 수용하는 방식은 불안하다. 서양에선 ‘미(美)의 군대’로 부르지만 한국에서만 ‘아름다운 치어리더’로 묘사된다.

수키 킴은 또 “이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매혹은 북한 일반 여성들에 대한 태도로 확장된다. ‘북한 여성=이국적인 수수한 매력’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이는 곧 북한 정권에 대한 경계심 완화로 이어진다”고 했다. 특히 미디어는 모란봉악단 현송월 단장의 옷과 핸드백 등 외모에 집중하면서 '현송월 신드롬'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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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응원단이 12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2차전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응원을 하고 있다. [강릉=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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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북한 응원단을 불편하게 보는 시각이 늘었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2년 전 남북 정상회담의 평화 무드로 남북 관계가 우호적인 시점이었다”며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은 같은 민족으로서 동질감도 있지만 불편함도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대한민국 시민들은 학습 효과가 있다. 평화 공세로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가 핵 개발을 하는 이중적인 모습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 관계가 복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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