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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기로에선 한국GM… 실사·신차 배정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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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에 대한 본격적인 실사(實査)가 이르면 이번 주에 시작된다. 통상적인 기업 실사는 2~3개월 걸리지만 이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25일 "실사 중에 GM이 경영 정상화 방안을 제출하면 이에 대한 검토와 지원 관련 협상이 동시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GM 본사가 신차(新車) 생산 물량을 다음 달 중 한국GM에 배정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2~3년 후 본격화할 신차 생산을 한국GM이 맡는다면, GM이 국내 공장을 상당 기간 유지하며 추가 투자를 하겠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GM 실사 조만간 착수… 부실 경영 원인 파악

한국GM 실사는 2대 주주인 산업은행(지분 17% 보유)이 담당한다. 실사 목적은 한국GM이 적자 누적으로 자본 잠식에 빠진 원인을 밝히는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실사를 통해 부실 경영의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가린 뒤에야 지원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사의 쟁점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GM 본사가 한국GM에 3조원을 빌려주며 연 5%대 고금리를 적용하는 '이자 놀이'를 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GM 측은 "한국GM의 재정 악화를 이유로 한국 금융사들이 대출을 꺼렸고 산은이 공장을 담보로 제공하는 데 반대했기 때문에 금리가 높아진 것"이라는 입장이다.

둘째 쟁점은 GM 본사가 한국GM에 연구개발 비용을 과도하게 부담시킨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GM은 지난 2014~2016년 연구개발비로 1조8580억원을 GM 본사에 지급했다. 같은 기간 손실(1조9718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GM 측은 "연구개발비를 일단 비용 처리했다가 성과가 나오면 자산으로 전환하는 보수적 회계 처리 방식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셋째 GM 본사가 부품 등을 지나치게 비싼 값에 한국GM에 떠넘겨 사실상 이익을 남길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한국GM은 원가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4%로 국내 완성차 업계 평균(80%)보다 크게 높다. 원가 비중이 높을수록 이윤 폭은 줄어든다. 이에 대해 GM 측은 "본사가 한국GM에 부품을 사고팔 때 관련 법과 규제를 지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실사는 향후 정부와 GM 간 협상의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이 현미경식 실사를 해서 GM의 잘못을 최대한 찾아내면 앞으로 정부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차 배정 여부도 관건, 노조와의 타협 시급

GM 본사는 3월 중 전 세계 각 사업장에 신규 개발·생산할 신차를 배정할 예정이다. GM 측은 한국GM의 회생 계획 중 하나로 신차 CUV(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와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등 2차종을 한국에 배정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CUV 생산을 배정받을 경우 북미 수출 위주로 연간 20만대 생산한다는 것이 한국GM의 계획이다. GM이 제시한 '28억달러 신규 투자'도 이 2개 차종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일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조선비즈


하지만 글로벌 GM이 한국GM에 신차를 배정할지 여부는 확정된 것이 없다. 이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노조와 어느 정도까지 합의 사항을 이뤄내느냐에 따라 한국 시장에 신차가 배정될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주 노조 측과 만나 "노사가 (임금 동결 등이 담긴) 합의안을 내지 못하면 자금 유동성 부족으로 3월에는 임금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며 "2월 말까지 사측과 임단협 관련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길 바란다"고 통보했다.

한국GM은 올해 임금 동결, 정기승급 시행 유보, 올해 성과급 지급 불가, 각종 복지 혜택 축소 등을 담은 제시안을 마련했지만, 노조 측은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거부하고 있다.

오는 3월 2일 마무리되는 희망퇴직 접수도 변수다. 희망퇴직 신청자가 적을 경우 정리해고 수순으로 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원섭 기자(capedm@chosun.com);김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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