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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1시간 회동 후 서면 브리핑…文대통령·김영철 이상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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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과 각국 귀빈들이 25일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공연을 보며 박수 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문 대통령 내외, 이방카 트럼프 미국 백악관 보좌관, 류옌둥 중국 국무원 부총리. 뒷줄 왼쪽 둘째부터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이진성 헌법재판소 소장,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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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전격 회동은 여러 가지 의문점을 남겼다.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전 방한한 김영철이 2박3일의 체류 기간 중 문 대통령을 만날 것이란 점은 예상됐던 일정이었다. 면담은 폐회식 다음날인 26일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당초 유력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문 대통령은 김영철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을 25일 폐회식 직전 평창에서 만났다. 공식 예고도 없었다. 대통령이 외국의 공식 대표 자격으로 온 인사를, 청와대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사전 공지도 없이 만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청와대는 면담 장소도 명확히 밝히지 않고 ‘평창 모처’라고만 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개회식 참석차 방한했을 때 문 대통령 접견은 청와대에서 이뤄졌다. 사전 공지는 물론 접견 앞머리까지 언론에 공개했다. 접견 뒤에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을 만나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김영철 접견은 서면 브리핑으로 대체됐다. 청와대는 오후 8시23분쯤 출입기자단에 “오늘 대화는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됐다”고 밝혔다.

접견에 배석한 인사들도 남북 간에 균형이 맞지 않았다. 북한은 김영철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뿐 아니라 김성혜 조평통 서기국 국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 등 지원 인력까지 포함한 대표단 8명이 전원 접견에 참석했다.

하지만 한국 측에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만 나왔다. 통상 상대방의 격에 맞는 카운터파트가 동수로 배석하는 외교 관례와 달랐다. 북한에서는 외무성 인사인 최강일이 나왔지만, 한국 외교부에선 아무도 배석하지 않았다. 최강일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때부터 참여한 북한 핵협상의 산증인이다.

김영철이 청와대를 예방하지 않고 평창에서 문 대통령을 접견한 것은 천안함 폭침 도발의 배후로 지목된 김영철 방한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로서는 국민적 거부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로키’로 접견을 진행하는 나름의 타협책을 마련한 셈이다. 청와대가 접견 사진이나 영상을 배포하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이 김영철과 함께 있는 사진·영상은 폐회식장 귀빈 관람석에서 악수하는 게 전부였다.

정부의 이런 기류는 김영철 일행의 입국 직후부터 이어졌다. 북한 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49분 군사분계선(NDL)을 넘어 9시53분쯤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했다. 김영철은 '천안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방남 소감을 말해 달라' 등 취재진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김영철 일행은 그간 북한 대표단이 이용해 온 통일대교·자유로가 아니라 파주 동쪽의 도로와 전진교를 통과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통일대교 일대에서 1박2일 방한 저지 농성에 나섰기 때문이다. 천안함 46용사 유족회와 연평도 주민 수십 명의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통일대교에서 7㎞가량 떨어져 있는 전진교 이북 지역은 민간인 출입 통제 구역이다. 군의 허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고 군 초소 내 검문도 받는다.

이 때문에 민간인 통제 지역과 군사도로를 북한 대표단에 허용했다는 논란이 번졌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해당 도로는 ‘지방도 372번 일반도로’로서 군사도로 또는 전술도로가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 당국은 김영철 일행이 이용한 전진교는 군이 건설해 관리 중이라고 인정했다.

대표단은 이날 오후 3시쯤 호텔 인근의 덕소역으로 차량으로 이동해 KTX를 타고 폐회식장인 평창으로 향했다. 덕소역은 평소 KTX가 정차하는 역이 아니지만 정부가 특별열차를 편성했다. 서울역이나 청량리역을 이용할 경우 시위대와 맞닥뜨리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다. 앞서 김여정은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평창으로 이동했다.

정용수·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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