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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우리도 사복 입고 싶어요"··· 제복에 갇혀 우는 女행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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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직군인데···아가씨로 불려"

하급 직원 '낙인'에 스트레스 호소

靑 청원에 '유니폼' 철폐글 눈길

"성별 역할 고정관념 잔존" 지적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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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서 왜 여직원만 근무복을 입어야 하나요?”

지난 1월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같은 내용의 글이 올랐다. 청원 마감일인 2월18일까지 청원인원이 2명에 그쳐 그대로 묻혔지만 최근 다시 “아직까지 여성이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유니폼을 입어야 하냐”는 청원 글이 다시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하나·신한·우리·농협·기업은행은 대리급 이하 여성 직원들에게 영업점 근무시 의무적으로 유니폼을 입도록 하고 있다. 시간제 창구 직원이나 상위직급을 제외한 텔러 직군 여성 직원도 유니폼을 착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은행 하위직급 여성직원 사이에서 ‘유니폼 스트레스’에 대한 호소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창구 직원 A씨는 “유니폼을 입고 앉아 있으면 고객들이 종종 ‘아가씨’라고 부른다”며 “나름 전문성을 발휘하는 전문직인데 ‘아가씨’로 불리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다른 은행 창구직원 B씨는 “복장 때문에 아랫사람 취급을 받아 스트레스가 크다”고 말했다.

은행은 여성직원들에게 유니폼을 착용하도록 하는 것은 고객과 직접 대면해야 해 통일성과 신뢰감을 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일부 여성 직원들도 매일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거나 옷을 자주 살 필요가 없어 경제적이라며 유니폼 착용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그러나 남성 직원들은 유니폼을 강제하지 않는데 여성 직원만 단일 유니폼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재킷이나 블라우스 등 복장 종류나 색상 규정을 두면 될 것을 굳이 유니폼을 의무화하는 것은 “은행권에 성별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존속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일부 은행은 영업점 직원과의 형평성을 맞춘다며 고객과의 접점이 없는 본부에서도 대리 이하 여성 직원이 유니폼을 입도록 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원이 경찰이나 소방관처럼 제복을 입어야 하는 직업은 아니지 않느냐”며 “고객에 신뢰감을 주기 위해 유니폼이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고객들이 유니폼을 입는 직원들을 과거 경리처럼 하급직원 취급하는 ‘낙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직 전체의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는 은행권이 하급 여직원의 유니폼 의무화 등 과거 관행을 답습하는 데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증권이나 보험 등 다른 금융권에서는 유니폼 의무화가 거의 사라졌는데 은행권만 변화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우미 금융산업노조 여성부위원장은 “조만간 유니폼 착용 호불호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올해 단체협상 때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조권형·신다은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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