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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독일 정치판은 '미니 메르켈' '29세 다윗'에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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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메르켈'로 떠오르는 2인]

- 기민당 사무총장 크람프-카렌바우어

메르켈처럼 진보·보수 아울러… 黨 중책 맡으며 역할 커질 듯

- 사민당 청년대표 퀴네르트

연정 이룬 지도부 비판해 '눈길' "노동·인권 등 좌파 가치 중시를"

조선일보

크람프-카렌바우어(왼쪽), 퀴네르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네 번째 집권을 결정 지을 '마지막' 관문인 사민당(SPD) 전체 당원들의 '대연정(GroKo)' 찬반 투표가 지난 20일(현지 시각) 시작했다. 메르켈의 기민·기사연합이 제2당인 SPD와 합의한 '대연정'의 구성과 방향에 대해 SPD 당원 44만여 명 전체의 의견을 묻는 투표다.

독일의 주요 언론들은 "찬성 여론이 우세해 메르켈 4기 내각이 곧 출범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세간의 관심은 벌써 '포스트 메르켈(post-Merkel·메르켈 이후)'에 쏠린다. 자유베를린 대학의 오스카 니더마이어 교수는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에 "메르켈이 이번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물러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독일 정가가 주목하는 이는 메르켈이 '후계자'로 직접 뽑은 중도우파 기민당의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56) 자를란트주(州) 총리와 '메르켈 퇴진'과 '대연정 반대'를 외치며 중도좌파 사민당 내 젊은 층 의견을 주도했던 케빈 퀴네르트(29).

이 중 메르켈이 19일 기민당 사무총장에 기용한 크람프―카렌바우어는 당내 진보와 보수를 모두 아우르며 메르켈 총리와 정치적 성향이 가장 잘 맞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최저임금과 노동인권을 옹호하면서도, 기독교 신자로 '동성(同性) 간 결혼'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또 당 안팎에서 비판을 받았던 메르켈의 포용적인 난민 수용 정책을 지지했다. 그래서 그에겐 '미니 메르켈'이란 수식어가 따른다.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그를 독일의 차기 총리 후보 5명 중 한 명으로 꼽으면서 "메르켈 총리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로 소개했다.

반대로 사민당 내 청년조직(JUSOS)을 이끄는 퀴네르트는 앞으로 '골리앗' 메르켈을 무너뜨릴 수 있는 사민당의 '다윗'으로 불린다. 퀴네르트는 "노동·복지·인권 등 좌파의 전통적 가치에 충실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며, '유럽 통합'을 꿈꾸고 '대연정 합의' 찬성 분위기를 조성해 온 마르틴 슐츠 사민당수에 맞섰다. 사민당이 그동안 두 차례 연정에 참여하면서 '중도'로 흐르는 바람에, 작년 9월 총선에서 좌파 유권자들이 좀 더 '선명한' 색을 드러낸 극좌·극우 정당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그의 '좌파 선명성' 강조 주장은 실제로 큰 호응을 얻어, 총선 이후에 2만5000여 명이 사민당에 새로 입당하는 효과를 낳았다. 지난 15일 괴팅겐 대학에서 열린 그의 강연엔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수의 청중이 몰려 장소를 두 번이나 바꿔야 했다. 그러나 퀴네르트는 자신의 정치 참여 목적을 '메르켈 종식'으로 보는 견해에 대해선 "앞으로 사민당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만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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