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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동국대, 신정아 사건 소송비 3.4억 교비로 대납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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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감사서 “법인 소송비 교비로 집행” 적발

‘신정아 사건’ 패소 뒤 예일대 소송비까지 부담

“교비로 쓴 소송비 3억4249만원 보전하라” 처분

법인 직원 15명에 입시수당 2040만원 부당지급도

이데일리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신정아 학력위조 사건’을 두고 미국 예일대와 소송을 벌였던 동국대가 관련 소송비를 교비로 충당했다가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대학의 교비는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조성되기 때문에 사립학교법은 이를 학생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쓰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도 동국대와 학교법인, 부속병원 등은 교육부 감사에서 20여건의 회계부정이 적발돼 시정 처분을 받았다.

◇ 법인이 내야 할 소송비 3.4억원 교비로 충당

교육부는 23일 이러한 내용의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및 동국대 회계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4월 진행했으며, 2014년 3월부터 감사 시점까지 3년간의 회계자료를 점검한 결과다.

감사 결과 동국대는 법인이 부담해야 할 ‘신정아 사건’ 소송비를 교비로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비회계는 등록금 수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사립학교법 시행령은 학교운영에 필요한 인건비나 교육에 필요한 장학금·경비 등으로만 교비를 집행토록 제한하고 있다.

앞서 동국대는 ‘신정아 사건’과 관련해 미국 예일대를 상대로 558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예일대는 동국대를 상대로 “미국 법원 판결에 따른 소송비를 지급하라”며 국내 법원을 통해 소송했고, 서울중앙지법은 2014년 12월 예일대의 손을 들어줬다. 교육부 감사 결과 동국대는 2015년 1월 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교비회계에 손을 댔다.

교육부는 감사 처분을 통해 동국대에 소송비 3억4249만원을 교비회계에 채워 넣으라고 통보했다. 학생 교육과 관련해 쓴 비용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전 명령을 내린 것이다.

동국대는 신정아 사건은 학교 명예와 직결된 사안이라 교내에 법률팀을 꾸려 대응했고 소송비도 교비로 집행했다고 해명했지만 교육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수 임용권은 학교법인 이사회에 있기 때문에 신씨를 교수로 채용하면서 발생한 소송비도 법인회계에서 집행해야 한다”며 “동국대의 경우 이를 어겨 교비로 소송비를 냈기 때문에 이를 채워 넣으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원구원도 “대학 운영의 책임은 학교법인에 있기 때문에 학교명예와 관련된 소송비도 법인이 책임져야 한다”며 “학생들을 위해 써야 할 교비를 법인의 쌈지돈으로 쓴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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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동국대 이사회는 2005년 9월 신정아 씨를 미술사학과 조교수로 채용했다. 하지만 며칠 뒤 ‘신씨의 학위가 의심된다’는 제보를 받고 신씨의 학위증명서를 예일대 측에 보내 학력확인을 요청했다. 예일대는 며칠 뒤 동국대에 ‘신씨의 박사학위 및 학위증명서’를 팩스로 보내 이를 확인해줬다. 하지만 2007년 신씨의 학력 위조 파문이 일자 예일대는 동국대로부터 학력확인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가 같은 해 말 행정 착오가 있었다며 이를 번복했다.

동국대는 신정아 사건으로 학교 명예가 실추됐다며 예일대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당시 미국 법원은 “예일대 측이 악의적으로 신씨의 박사학위 취득사실을 잘못 확인해줬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 법인직원에 입시수당 부당 지급 등 20여건 적발

동국대는 이밖에도 교육부 감사에서 20여건의 회계부정이 적발됐다. 동국대 전산원 입학업무에 참여하지 않은 법인 사무처 직원 15명에게 입시수당 2040만원을 지급했고, 동국대 전·현직 전산원장의 업무추진비 9275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고도 이를 정산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관련 교직원 11명에게 경고 처분을 내리고 입시수당 등을 회수, 법인회계에 세입 조치하라고 통보했다.

또 생활협동조합(생협) 업무를 전담하는 파견 직원의 인건비 4억3546만원을 생협회계가 아닌 교비회계로 집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교육부는 이들의 인건비를 회수해 교비회계에 채워넣으라고 처분했다.

동국대는 경쟁 입찰을 해야 할 공사·납품 계약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111억원 상당의 학교 공사·용역 계약 3건과 부속병원의 588억원 상당의 의약품 공급계약을 모두 수의계약 처리,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교육부는 관련 교직원 3명과 18명에 대해 각각 문책·경고 처분을 내렸다. 부속병원의 경우 교직원 소개로 내원한 환자 740명의 진료비 8613만원을 부적절에게 감면해준 것도 드러나 교육부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았다.

퇴직을 앞둔 교직원 39명에게는 규정에 없는 상여금 3900만원을 지급했으며, 노조 자체 행사비 3231만원도 교비로 지급했다. 또 동국대 전산원은 명예퇴직한 직원의 자녀가 타 대학에 재학 중임에도 불구, 학비 1500만원을 지급했다. 동국대 내부 규정은 자녀가 동국대에 다닐 경우에만 직원에게 학비를 지원토록 하고 있다. 교육부는 명예 퇴직자에게 지원한 자녀 학비 지원금을 회수토록 요구했다.

동국대 관계자는 “교육부 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을 받아들여 시정 처분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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